소라넷 폐쇄에서
웹하드카르텔 해체로
여성들 앞장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 고발

불법촬영물 유통
웹하드-필터링 업체 '한몸'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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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물을 둘러싼 범죄에 맞서 여성들이 뛰고 있다. ‘야동’을 공유하고 성범죄를 모의하던 소라넷을 폐쇄시키면서 본격화된 디지털성폭력과의 전쟁은 이제 여성 착취 성산업의 상징이 된 ‘웹하드카르텔’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확전되고 있다. 정치권에도 손을 뻗쳤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웹하드카르텔 사태는 한층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불법촬영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탈행위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영상물의 대량 유통과 복제, 재생산을 위해 여러 업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필터링 되지않게 조작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올해 디지털성범죄정보 심의 건수는 2014년 1807건보다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둘러싼 웹하드카르텔을 최초로 문제 제기한 이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이다. 이미 지난 2월 한사성이 경찰에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비롯한 웹하드 음란물 유포죄로 업체를 고발했다. 이후 7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웹하드 불법 동영상의 진실’을 방송한 이후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웹하드카르텔 특별수사 국민청원’을 조직하여 20만명 이상의 참여, 경찰청장의 ‘웹하드카르텔 광역수사’ 지시를 이끌어 냈다. 이후 10월 말 양 회장이 직원 등을 상대로 벌였던 폭행과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양회장이 실소유주인 국내 웹하드 1위 업체인 ‘위디스크’는 지난 한해 매출 210억원, 영업이익률 25%를 기록했다. 2위 업체인 ‘파일노리’도 매출 160억원, 영업이익률 61%라는 높은 실적을 거뒀다. 불법영상물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웹하드카르텔 사태 핵심은 뮤레카”

여성들은 웹하드카르텔을 새로운 여성 착취 성산업으로, 관계자들을 ‘사이버포주’로 표현하고 있다. △웹하드 사이트 △동영상을 올리는 헤비 업로더 △동영상 파일을 차단하는 필터링업체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파일 삭제를 대행하는 디지털장의사 등이 유착해 수익을 올리는 유통 구조를 말한다. 

문제는 웹하드를 규제하는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웹하드 업체는 ‘웹하드 등록제’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 허가를 받기 위해 음란물 검색과 송수신을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를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웹하드는 필터링 기술로 불법 영상물이 유통되지 않아야 한다.

양진호 회장은 웹하드업체와 필터링업체인 ‘뮤레카’도 함께 운영해 필터링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도록 임의로 조절해 영상물 유통으로 수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는 양회장이 다량의 자료를 올리는 헤비업로더를 관리하고 필터링 업체까지 소유한 상태에서 음란물 유통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적발해냈다.

한사성은 이번 웹하드카르텔 사건은 양회장 개인이 아니라 필터링 업체 ‘뮤레카’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웹하드카르텔의 구성원들은 주수익원인 뮤레카의 문제를 끝까지 은폐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뮤레카가 웹하드카르텔과 상관없는 것처럼 분리해 지금까지 벌어들였던 범죄 수익과 미래에 얻을 수익까지 보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의혹 업체에 용역 준 방심위
여성단체들은 그동안 경찰이 웹하드 수사를 장기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웹하드를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정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웹하드 카르텔’ 연루 의혹도 11월 28일 국회에서 제기됐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필터링업체가 웹하드의 필터링 프로그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의 중심에 떠올랐음에도 올해 9월 DNA필터링 개발사업을 입찰을 통해 민간 필터링업체에 맡겼다. 선정된 업체는 양진호의 뮤레카 다음으로 필터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아컴스튜디오다. 따라서 그동안 웹하드의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불법촬영물 유통에 책임이 있다. 또 아컴 역시 주요 웹하드업체와 대주주가 같아 제2·제3의 카르텔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아컴의 사업 수행계획서에는 기술을 뮤레카와 공동개발하는 내용이 버젓이 담겨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는 한 두개가 아니다. 양진호가 검찰과 경찰을 대상으로 수천만원대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MBC는 웹하드업체와 필터링업체의 이권 단체인 사단법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가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정보를 미리 캐내 웹하드사에 알려줬다는 점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사성은 진보인사들이 협회 운영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재 뮤레카에는 유명 웹툰 송곳의 실제모델로 알려진 인물이 임원으로 재직했던 사실 등이 드러나며 양 회장과 정치진영과의 연관성, 그리고 그 비호세력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검찰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어떤 기관의 어떠한 공무원들이 어떻게 유착됐는지 문제가 있다면 책임소재는 밝혀야 한다고 했다.

검은 연대 끊으려면 정부가 필터링을
웹하드 상의 불법촬영물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웹하드업체와 필터링업체의 협력구조를 깨야 하고, 필터링을 민간에 맡겨둘 게 아니라 국가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11월 2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현안보고 당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남경 책임연구원은 “필터링 기술은 기술적인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되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개발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디지털성범죄 근절과 관련해 여러 법적 조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범죄수익은닉 처벌법, 과방위의 전기통신사업법, 변형카메라관리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됐다. 12월 초 성폭력범죄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스스로 찍은 촬영물 유포도 처벌되고, 영리 목적 유포의 경우 징역형으로 전체적인 형량이 상향됐다.

DSO-한사성 갈등도
웹하드카르텔을 밝히는 과정에서 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 DSO(디지털성폭력아웃)와 한사성 간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삼화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웹하드사-필터링업체-디지털장의사-민간단체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DSO는 한사성이 ‘DSO가 웹하드와 유착했다’는 식으로 음해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한사성은 “그런 주장을 한 사실이 없다. 단지 하 대표가 클린센터의 공동대표라는 점을 문제 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웹하드카르텔’ 용어 만든 이선희 감독
웹하드를 둘러싼 유착관계를 ‘웹하드카르텔’이라고 명명한 이가 이선희 감독이다. 한사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디지털성폭력의 실체와 이에 대항한 싸움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얼굴 그 맞은편’을 제작했다. 지난 9월 클린센터의 하예나 공동대표로부터 상영금지가처분신청 소송을 당했으나 법원은 영화가 주장하는 사실이 허위라고 볼 수 없으며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해 현재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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