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강해이에
노동계 반정부 시위
분열과 갈등의 정치 바꾸고
야당을 국정운영 동반자로
문재인 정부가 오면초가(五面楚歌)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는 전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연내 답방은 진전이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권당 내부엔 권력 투쟁이 시작됐고,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의 기강 해이는 도를 넘었으며,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의 반정부 시위는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추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갤럽의 12월 첫째 주 조사(4~6일) 결과,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한다’는 긍정 평가는 49%인 반면,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는 41%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 첫째 주 조사 이후 두 번째이며, 이는 취임 이후 최저치다.
이번 한국 갤럽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첫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 차이가 10%내로 좁혀졌다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41.1%, 심상정 후보는 6.2% 등 범진보 진영 후보가 47.3%를 득표했다. 현 상황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들이 다시 과거 지지층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 근로 시간 단축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영업자층(긍정 43%, 부정 51%)과 저소득층(긍정 39%, 부정 44%)에서 긍정보다 부정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 실패가 경제 침체로 연결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로 갤럽 조사 결과,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은 49%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을 지적했다.
셋째, 대통령 핵심 지지층마저 흔들리고 있다. 현 정부는 그동안 친노동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갤럽조사 결과, 블루컬러층에서 놀랍게도 긍정(42%)보다 부정(44%)이 더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과 여성간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성에서는 부정(48%)이 긍정(44%)보다 많은 반면, 여성에서 반대로 긍정(53%)이 부정(34%)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주부층에서 긍정(43%)과 부정(42%)간에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 정답이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향후 어떤 대통령이 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깨끗한 한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 ‘공정한 대통령’,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 ‘따뜻한 친구 같은 대통령’,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되어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통령’ 등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고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고,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존중해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는 것이다. 그래야만 문 대통령의 구상처럼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만들어지고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4선의 나경원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로 자유한국당의 신임 원내대표가 됐다. 나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과거보다 미래, 분열보다는 통합’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박영선 의원, 정의당에서 심상정 의원이 원내대표를 역임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보수 정당인 한국당에서 첫 여성 원내대표가 탄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고 있는 유리천장의 벽이 또다시 깨졌다는 것이다. 이제 야당도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품격 있는 야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국민에게 기대를 줄 수 있는 수권정당의 길을 열려면 실력 있는 야당이 되고 여당과도 협치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제1야당의 신임 원내 대표와 수시로 만나 대화하고 협치해서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여야가 함께 극복하는 놀라운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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