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도시. 사람중심 디자인 - 6]  

프랑스에서는 외출할 때 부모들이 아이에게 운동화 끈을 스스로 매도록 기다려주고 한국 부모들은 끈이 없는 운동화를 아이에게 사준다는 일화가 있다. 아이들에게 생각하거나 움직일 틈을 마련해주지 않는 현실에서는 성장시기에 창조적 발상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한국 전통 회화의 거장인 직헌 허달재 화백의 말이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허 화백은 창조적 발상이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기인된다는 이야기를 하며 부모가 조급증을 버리고 미덥지 못한 아이의 행동을 기다리며 아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을 때 까지 아이의 판단을 기다려주는 것, 외형적 풍요가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기준을 정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바른 정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고2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과연 지금도 5살 아이로 보지는 않는지 현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도시재생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기획하며 아이들을 중심에 놓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공간이 아이들의 공간을 빙자한 어른들의 욕심의 공간은 아닐지 자문해본다.

다음은 2005년 5월 전국 어린이와 도서관한마당이란 행사에서 전국의 어린이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에게서 얻은 의견을 모아 만든 ‘어린이 권리 선언문’이다. 

1.우리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도서관이 동네마다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어요. 2.우리와 통하는 사서 선생님이 많으면 더 많이 도서관에 갈 거예요. 3.재밌는 책을 보며 맘껏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구요. 웃기는데 웃음 참는 거 너무 힘들어요.4.군인 아저씨들처럼 똑바로 앉아서 책 보는 거 너무 힘들어요. 편하게 책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5.만화책도 책이잖아요. 좋은 만화책도 많이 보여 주세요. 6. 책장 높이를 낮춰 주세요. 책에 손이 안 닿아요. 7.우리를 우리가 아닌 다른 이유로 차별하지 마세요. 도서관에서 똑같이 책을 보고 싶어요. 8.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우리와 똑같이 책을 볼 수 있어야 해요. 9.답답하게 건물 안에만 있지 말고 밖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싶어요. 10.누가 책을 많이 읽는지 때문에 우릴 비교하지 마세요. 마음속으로 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다른 거잖아요. 

13년 전 이야기지만 아이들의 바람대로 도서관은 물론이고 새롭게 조성되는 모든 공간들이 조명은 밝아지고 쾌적해졌다. 편안한 구조와 일상적 소음, 개방된 공간으로 인한 현대적 공간감들은 도서관의 새로운 모습이 됐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결코 대단한 요구사항이 아니다. 도서관이 가까이에 있고 편하게 책을 볼 수 있으면 책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책과 친해질 수 있겠다는 바람이다. 아주 사소하고 쉬운 요구사항이지만 여지껏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반영해 주지 않았다. 

 

언니네도서관에 온 아이들이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있다.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언니네도서관에 온 아이들이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있다.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어느 회의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책을 보며 뒹굴뒹굴 놀기도 하는 ‘북스테이’라는 주제로 캠핑 프로그램을 논의했을 때 나온 반응들은 어땠을까.주변 숙박업소에서는 북스테이를 하게 되면 숙박 손님들이 줄어든다고 했다. 공무원들은 숙박업소가 우려를 하니 북스테이는 고려해달라고 했다. 정작 이용할 사람들인 부모와 아이들만 재밌겠다는 반응이었다. 

소소한 일상에서 창조적 일상으로 바뀌는 방법은 자기 상황이 아니라 남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기다리는 마음이 아닐까. 마치 느릿하게 운동화 끈을 매는 아이를 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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