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적 유교문화는 여성의 경제·사회적 기회를 박탈하고 가부장적 한국남성의 지배 아래 유지되고 발전해 왔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눈부신 발달은 인터넷을 빠르게 확산시켜 한국여성에게 지금까지 누리지 못했던 유리한 지평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무엇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모르는 수많은 한국여성의 경력관리를 위해 이번 호에서는 ‘나이와 직업의 관계’를 들여다보기로 하겠다.

경리팀장을 맡고 있는 30대 초반의 C는 성실성과 책임감으로 정평이 나있는 여성인데 피치 못할 개인사정으로 반년간 휴직을 하게 됐다. 회사는 그 동안 40대 초반의 전업주부인 H를 임시 채용했다. H는 젊은 시절 모 시중은행에서 외환업무를 보던 성실한 경력을 가진 전업주부로 경리/회계 상의 전문지식은 별로 없었으나 회사는 H의 나이를 감안해 경리부장이라는 대외직급을 주고 연봉도 C팀장보다 다소 높게 책정하는 호의를 보여주었다.

C팀장은 휴직 중 가끔 회사에 들러 H부장의 경리업무를 지원했다. 회사는 H부장에게 C팀장이 출근하면 그때그때 경리업무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얼마 후 H부장은 무엇인지 회사에 못내 서운한 것이 있는 듯 자주 자존심을 내세우는 과잉반응을 보였다. 회사는 그 반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반년이 흘렀고 C팀장이 복직한 뒤 H부장은 회사를 나갔다. 나중에 회사는 뜻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H는 자기보다 어린 C팀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것에 무척 자존심이 상했었다는 것이다. 나이와 직업을 혼동한 사례다. H는 그와 같은 패러다임으로는 어떤 기업에서도 적응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직업이란 껍데기가 아니라 업무내용과 직결되는 단어다. 일에 대한 보상은 일한 만큼 받는 것이지 나이만큼 받는 것이 아니다. 나이와 직업은 아무런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식경제에서 남녀의 성 차이가 직업과 무관한 것과 같은 이치다. 위와 같은 예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심한데 아직도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나이에 목을 매는 여성들을 많이 보고 있다. 이는 장유유서에 밑바탕을 둔 전형적인 유교적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장유유서는 개인적인 미풍양속이지 기업의 인사조직 운영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이 벗어나야 경력관리 성공

‘경험이 많다’는 것과 ‘능력이 많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관계가 있거나 전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나이가 많으면 경험과 능력도 많다고 착각하는 권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IMF 당시 사상최악의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이미 현실적이지 않음이 드러난 것이다. 나이에서 벗어나야 경력관리에 성공한다. 경력관리에서 이 부분에 허구가 있는지 스스로 살펴보자. 변화에 수동적인 사람과 스스로 변화하는 능동적인 사람의 경력관리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홍승녀 캐리어탱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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