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등장한 ‘영페미’
SNS 해시태그 운동 시작으로
‘메갈리아’ 통해 강력한 연대

영페미 타임라인 ⓒ여성신문
영페미 타임라인 ⓒ여성신문

 

2015년 ‘메갈리아’의 등장과 함께 페미니즘은 올해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20대가 주축이 된 ‘영페미’, ‘넷페미’가 온라인을 넘어 광장으로 뛰쳐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성차별과 권위주의라는 ‘구태’를 고발하며 ‘기존 체제의 정상화’를 넘어 ‘남성 중심적 구체제(앙시앵 레짐)’에 대한 종언을 선언했다.

영페미는 이전에도 사용됐던 용어다. 1990대 중반에서 2000년대까지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 그룹을 일컫는다. 이들은 권위적인 관계를 부정하고 평등한 개개인의 관계 맺기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갔는데 지금은 어느덧 40대가 됐다.

2015년 이후 나타난 영페미는 이전 세대와 구분을 위해 ‘영영페미’로도 불리고, 온라인에서 태동해 넷페미(net-feminist)로도 일컬어진다. ‘메갈리아’ 이후 급진적 페미니즘을 내세우며 등장한 ‘워마드’의 영향으로 현재의 넷페미니즘 운동은 일부에서는 열띤 지지를, 일부에서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영페미라는 새 여성 주체가 등장하면서 2000대 후반 이후 사그라들었던 페미니즘 운동이 ‘리부트(reboot)’되는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한동안 관심 밖이었던 성평등 이슈를 사회 중심으로 불러냈으며 다소 과격할 지라도 이슈를 생산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미투’(#Me too) 운동으로도 이어져 일부 성폭력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았으며 여성들의 공공의 적이던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이 폐쇄(2016년 4월1일)되기도 했다.

영페미 주축 됐던 '메갈리아' 는?

‘메갈리아(Megalia)’는 2015년 영페미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던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2015년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나라에서 발병됐는데 첫 확진자가 홍콩여행을 다녀온 여성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나면서 일간베스트(일베) 등 남초사이트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 발언이 이어졌다. 이 영향으로 2015년 5월29일 디시인사이트에 ‘메르스 갤러리’가 생겼는데 그 사이트 회원들이 주축이 돼 2015년 8월6일 독립사이트로 태어났다. 메갈리아 이름은 메르스 갤러리와 남녀 성역할을 뒤짚은 소설인 ‘이갈리의 딸들’을 조합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메갈리아는 이후 내분이 생기면서 많은 회원들이 ‘워마드’로 옮겨가 2017년 결국 폐쇄됐다.

메갈리아를 따서 이름 지어진 메갈 세대가 등장한 데는 2015년 여성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남성들의 여성 혐오 발언이 발단이 됐다.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은 2015년 2월 한 패션지에서 IS(급진 수니파 무장단체)로 간 김군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는 칼럼을 통해 “현재의 페미니즘은 뭔가 이상하다. 무뇌아적인 남성들보다 더 무뇌아적이다. 남성을 공격해 현재 위치에서 끌어내리면 그 자리를 여성이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려 여성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이에 앞서 2015년 1월 IS에 가담한 김군이 2014년 10월5일 트위터에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요’라는 글을 통해 “지금 시대는 남자가 차별받는 시대”라며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래서 IS가 좋다”라고 밝힌 것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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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 선언

일련의 사건은 2015년 2월10일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는 해시태그 운동을 촉발시켰다. 이 운동은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을 부르짖던 여성들의 페미니스트 선언 동참으로 이어졌다. 또 2013년에서 2015년 유상무, 유세윤, 장동민이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의 일부 회차에 여성혐오 발언이 있었던 것이 2015년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성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그들은 팟캐스트를 통해 ‘여자들은 멍청해서 과거의 성경험을 이야기한다’,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 ‘개보년(개 같은 보지년)’, ‘창녀’ 등 극도의 여성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일베와 ‘오늘의 유머(오유)’는 정신적 동반자가 돼 이들을 두둔했다.

메르스 갤러리에서는 메르스 이후 가열된 남성들의 여성혐오 발언을 비판했고, 그 영향은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후 생겨난 메갈리아 사이트 이용자들은 여성을 모욕하는 혐오 발언의 주어를 남성으로 바꿔 돌려주는 ‘미러링’ 전략을 통해 현실의 문제들을 폭로, 페미니즘에 새 역사를 썼다.

 

2015년 한국 사회 키워드는 ‘헬조선’, 여성들이 기대는 게 페미니즘 언어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이에 대해 “2015년 한국 사회의 키워드는 ‘헬조선(지옥을 의미하는 ‘헬(hell)’과 ‘조선’을 합성해 만든 용어)’였다. 당시 비정규직이 만연해 청년세대들은 하루 앞, 1~2년 후를 계획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다.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못 먹고 못 살게 된 젊은 여성들의 아우성이었고 여성들이 기대는 게 페미니즘의 언어였다”고 평가했다.

메갈리아는 이후 성소수자 비하 단어를 사용하는 문제로 운영자와 일부 사용자들 간 분쟁이 생기면서 쪼개진다. 메갈리아를 탈퇴한 회원들은 다음 카페에 ‘메갈리아 대피소’를 열었는데 이후 이들은 2016년 1월22일 ‘워먼(woman)’과 ‘노마드(nomad)’를 합쳐 ‘워마드’로 이름을 바꾼다. 그동안 임시대피소 형태로 옮겨다니던 워마드는 2017년 2월7일 정식 사이트(https://womad.life)를 개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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