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 성폭력’ 혐의 안희정 전 지사 2심
검찰 측 “1심, 법리오해·사실오인·심리미진”
안희정 측 “무죄는 객관적 정황 사실 근거”
‘피해자 진술 신빙성·위력 행사 여부’ 쟁점
공동대책위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앞에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정 옷을 입고 모인 여성 30여명은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를 향한 ‘옐로카드’를 뜻하는 노란색 종이를 들었다. ©여성신문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앞에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정 옷을 입고 모인 여성 30여명은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를 향한 ‘옐로카드’를 뜻하는 노란색 종이를 들었다. ©여성신문

도지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 절차가 시작됐다. 지난 8월 1심에서 ‘위력은 있으나 위력 행사는 하지 않았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지 3개월여 만이다. 2심 재판부가 1심 때와 달리 ‘성인지 감수성’ 관점을 갖고 판결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홍동기)는 29일 오후 3시30분 안 전 지사에 대한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심리가 시작되기 전, 양쪽 주장의 주요 쟁점과 입증 계획 등에 논의하는 자리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이날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1심은 위력에 대해 좁게 해석하는 등 법리에 오해가 있었다”며 “뒷받침하는 증거가 진술이 굉장히 많았는데 원심은 이를 간과·배척했고, 심리가 미진해 피해자에게도 심각한 2차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피해자 진술 신빙성 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다”며 피해자의 휴대폰 메모 등 관련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3명을 포함해 총 5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안 전 지사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업무상 위력을 좁게 해석했다는 점은 위력 행사 관련 유형이든 무형이든 행사돼야 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이 침해되야 한다”며 “원심이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객관적 증거 정황에 따른 것으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이 사건 쟁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라면서 “피고인과 피해자 진술이 상반될 때 누구 진술이 사실인지는 누가 성폭력 범죄자로 지목됐는지, 누가 피해자로 지목됐는지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객관적인 정황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모두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위력에 대한 행사 여부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당시 수행비서인 김지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을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위력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위력의 존재감이나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당시 수행비서인 김지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을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지난 8월 1심 재판부는 “위력은 있었지만 위력의 존재감이나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력은 있으나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1심 판결을 두고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서 위력의 정의를 살펴보면 ‘피해자의 자유 의사를 제압하는 유형적·무형적인 힘’을 뜻한다. 폭행·협박 뿐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 지위나 권세 또한 해당된다. 이 때문에 여성계 뿐만 아니라 법조계 내부에서 ‘위력’의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피해자가 즉각 저항하지 않은 점을 재판부가 무죄 판단의 근거로 활용했으며, ‘위력’을 입증할 수행비서 매뉴얼 등의 증거도 재판부는 무시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최초로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한 판결이다. 하지만 안희정 사건 1심 판결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항소심 과정에서는 대법원이 언급한 성인지 감수성이 제대로 반영돼 1심에서의 오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앞에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정 옷을 입고 모인 여성 30여명은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를 향한 ‘옐로카드’를 뜻하는 노란색 종이를 들었다. ©여성신문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앞에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정 옷을 입고 모인 여성 30여명은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를 향한 ‘옐로카드’를 뜻하는 노란색 종이를 들었다. ©여성신문

 이날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앞에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정 옷을 입고 모인 여성 30여명은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를 향한 ‘옐로카드’를 뜻하는 노란색 종이를 들었다. 종이에는 ‘더 많은 ‘안희정’을 막기 위해’, ‘우리의 또 다른 이름은 ‘김지은’입니다’,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 ‘등의 문구가 쓰였다.

이들은 1심 판결에 대해 “성적 자기 결정권과 위력에 대한 몰이해로 점철된 결과”라며 “안희정에게 유죄가 선고되지 않는다면 수많은 여성은 반드시 사법부에 그 죄를 물을 것이다. 성폭력이 묵인되던 시대는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죄 선고는 보통의 김지은들이 겪었던, 앞으로 겪게될 수 많은 차별과 폭력을 국가가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김지은 씨를 비롯한 미투 운동에 나선 모든 이들을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7일 오후 2시 30분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연 뒤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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