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적용
이상한 적용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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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래 있다보니 나를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이나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한국인인 줄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나 자신도 평소에는 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가 비자를 연장하거나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을 때면 다시 내가 이방인임을 영락없이 알게 된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직원들이 친절히 안내해 주어 생소한 서류 작성에 도움을 받은 때도 많이 있지만 때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적용으로 어찌해야 할 지를 몰랐을 때도 많이 있었음을...

한번은 같은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유학을 하던 후배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먼저 한국에서 졸업을 하고 다른 대학 박사과정에 지원하게 되었으나 비자가 만기되어 중국에 갔다와야 하는 비용을 줄이고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동반비자를 신청하러 갔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남자가 무슨 동반비자냐, 남자가 와서 무엇을 하냐”는 식으로 동반비자로의 체류자격 변경을 거부했다. 결국 후배 부부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한 시간 동안 따져서 겨우 한달 비자를 받았던 일이 있다. 참으로 이상한 제도 적용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야 하는 것은 우리 외국인에게는 그렇게 가볍게 다가오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시간소모를 최대한 줄이고자 법무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관련 제도나 기존에 올라왔던 Q&A를 참고하거나 먼저 그런 일을 겪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서류를 준비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면 명시되어 있는 제도나 경험자의 말에도 없었던 새로운 서류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요구하던지... 그래서 한번에 문제해결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그런 서류들을 다시 보충해서 다음에 가면 또 다른 서류의 요구로 퇴짜를 맞는 때도 자주 있다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해봐야 한마디로 그 서류가 있어야 된다고 딱 잘라버리는데 정말 할 말이 없다. 창구 직원에 따라 달라지는 적용이란 산 앞에 막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당황하던 순간들은 중국에서 받는 것과는 또다른 아픔이었음을 고백하게 한다.

물론 개선된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해 유쾌한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법무부 홈페이지에 자료실과 Q&A란이 있어 전에 전화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질문사항들에 대한 답을 하루만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최근 경험은 너무나 새롭고 고마운 경험이었다.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연장 받으러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간 것이었는데 전에는 일주일만에 찾아가야 했던 외국인등록증을 거주지가 멀다고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10분만에 체류자격 활동연장을 해주었다.

또 내가 평소에 궁금했던 사항들을 질문했을 때 아주 상냥한 태도로 차근차근 대답을 해주었다. 정말 고마웠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기쁨을 안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나설 수 있었다”라는 다이어리를 남긴 적도 있었다.

한국에 장기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이 점점 증가하고 또 한국에서 전략적으로 경제특구를 설치해 더욱 많은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이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의 나의 최근 경험과 같은 경험을 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강대 대학원 박사과정(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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