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주>

면접과 회사생활, 무엇이 진짜인가요?

최근 뉴스에서, 우리 나라 직장인이 평가한 직장 내 갑질 지수가 35라는 통계가 발표되었습니다 (0일 때 갑질이 전혀 없는 것임). 그 중, ‘채용할 때 얘기했던 것과 근무 조건이 다르다’라는 항목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계약위반이겠지요.

 

@Pixability
@Pixability

 

2008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어느 날 회의에서 전달 사항이 있었습니다. 신입사원 면접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면접 때 ‘말을 너무 잘 하는 지원자’들이 면접 점수를 좋게 받아서 입사했는데, 실제 직장 생활에서는 조직생활 적응 등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 면접 시에 말 잘 하는 것만 보지 말고 지원자의 전문역량, 태도,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도록 노력할 것”

제가 임원이 된 후, 면접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말 잘 하는 지원자’들이 정말 있었습니다. 주로 여성들이었냐고요? 네, 그런데 남성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남성은 한결같이 블랙 정장, 여성은 한결같이 블랙 투피스 정장을 입고 항공사 승무원처럼 쪽진 머리를 하고, 면접장에 들어서자 마자 양손을 단전 쪽에 가지런히 모으고‘배꼽인사’를 하면서 솔’음 높이에 맞추어 “안녕하십니까?”라고 씩씩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풀메이크업에 흠잡을 데가 없는 복장들이었습니다.

면접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마치 배우 면접을 보는 착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너무도 예의 바른 행동을 유지하더군요.

전공 역량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대학 때 소비자조사법 과목을 수강했군요. 무슨 내용을 배웠는지 한 번 설명해 볼래요?”

오래 전에 배운 거라 내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가치관이나 태도에 대한 질문은 무엇을 하건, 대답은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좀 엉뚱한 질문을 했습니다.

지원자는 오늘 면접 때 행동하는 것이 평소 귀하의 행동과 얼마나 일치하는가요?”

으음… 약 60% 정도입니다.”

면접을 마치고 대학교수 후배에게 연락했습니다.

너네 요즘 학교에서 학생들 취업지도를 어떻게 하니?”

대체로 외부 전문가가 지도해 줍니다. 아마 이미지 메이킹 하시는 분일 걸요.”

어느 날 사무실에 출근하니, 신입사원이 왔습니다. 부서 배치 전에 1 주일 정도 지도 받기 위해 저희 부서에 근무한다고 하더군요. 그 직원을 불러서 대화를 해 보았습니다.

면접할 때는 어떻게 했어요?”

정장 입고 인사도 잘 하고 바른 자세로 무엇이던지 할 수 있다고, 어떤 어려움도 다 헤쳐 나갈 수 있다, S전자를 너무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옷은 이렇게 과도하게 자유분방하게 입고 인사도 안 하고 출근도 늦게 하는 건가요?”

그거야, 면접 때는 합격하려고 그렇게 하는 거지요. 다들 그렇게 하라고 배워요.”

저는 그래서 취업 특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를‘진정성’이라고 합니다. 취업 준비를 할 때 ‘꾸며서’나를 ‘보여 주려고’ ‘꾸밈 준비’만 하지 말고 일찍부터‘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준비하라고 제안합니다. 대학을 다닐 때 영어나 자격증 등의 스펙만이 아니라, ‘정말 성실하게 학창 생활하고, 부모님과 교수님께 인사도 잘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쓰레기도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그런 사람으로 ‘태도의 스펙’도 쌓으라고요. 그건 벼락치기 면접 연습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실제로 그렇게 살아야 되는 겁니다.

만약 본인이 실제 그렇지 않으면, 면접 때 “귀사를 사랑합니다. 어떤 일이 건 다 할 수 있습니다.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라는 것은 꾸밈 표현일 것입니다.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