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의 마음 읽기]

소확행? 무확행? 루틴을 탈피하는 ‘확실한 행복’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2018년을 관통하는 용어였다. 얼마 전 무확행-무모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TV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소소하다는 것과 무모하다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이 둘을 모두 관통하는 것은 확실한 행복이다.

우리는 어떠한 때에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가?

소확행을 위해 주문한 디저트에 ‘행복하세요’라는 메시지가 행복을 배가한다.
소확행을 위해 주문한 디저트에 ‘행복하세요’라는 메시지가 행복을 배가한다. 사진_구혜경

좋은 학교를 다니고, 좋은 직장을 다니고,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예쁜 아기를 낳고 알콩달콩 사는 것? 물론 이렇게 (일상적으로)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2% 부족하다. 어쩌면 이는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라고 주입되고 강요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평상 시 반복되는 생활인 “루틴”이 아닌 새로운 것들에서 행복을 느낀다. 결국 일상이 아닌‘새로운 것(어떤 이에게는 일탈의 경지까지 갈 수 있다)’과 ‘서프라이즈’가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평상 시에 늘 풀메이크업을 하고 외출하는 사람이라면, 민 낯으로 털털하게 외출하면서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평상 시에 수수한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이라면 특별한 화장과 옷차림을 한 외출이 신선한 행복을 줄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동시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엄마, 아내, 직장인, 동네 커뮤니티 구성원 등등. 이런 역할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늘 반복되는 것들은, 가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기 어렵다. 엄마로서 늘 하는, 먹이고 재우고, 교육시키는 일들이나 주부로서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들, 직장에서 매일 하는 일들로는 생활 속 확실한 행복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밥은 내가 했지만 설거지 걱정은 안 해도 될 때 (남편이나 자식이 갑자기 팔을 걷어붙인 경우이겠다.), 지쳐서 집에 왔는데 집이 깨끗할 때,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아이의 성적이 10점 이상 올랐을 때, 어쩌다가 한 번 너무도 예쁘고 달콤한 티라미수 디저트를 먹을 때, 갑자기 추워진 퇴근 길에서 1년 만에 만난 뜨끈뜨끈한 호떡 하나를 사서 먹으며 집에 올 때 … 등이 우리에게 확실한 행복을 준다.

얼마 전 첫 번째 시즌을 종영한 무확행-무모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무모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나섰다. 요리와 음식에 관심이 있는 어떤 이는 그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식재료(소스)를 찾아 8시간 이상 이동하고, 비바람을 맞으며 강을 건너 농장으로 향한다. 어떤 이는 그 지역에서 제일 멋진 경치를 보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정말 무모하지만) 그 나라에서 경제적인 권력을 가진 부자를 만나 명함을 교환하길 원했다.

그 프로그램에서 무확행이란, 아무리 좋은 삶이라도 그것이 늘 반복되는 생활의 일부라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우니 평소에 하기 어려운 무모한 것에 도전해 봄으로써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같이 하는 동료들은 본인의 가치관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더라도, 무확행을 이루기 위해 함께 하고 서로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소소하거나 무모하거나 간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확실한 행복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확실한 행복이란 결국, 쳇바퀴 같은 일상이 아닌 새로운 경험, 나를 짓누르는 과업에서 잠시 벗어나서 일탈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소비자라면: 소확행이든 무확행이든 확실한 행복을 원한다면, 평소와 다른 것에 도전해 보자. 그것은 네일 손질이 될 수도 있고, 하이힐을 신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자녀를 위한 한 끼 식사 준비가 될 수도 있고, 민 낯으로 외출하는 것도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평소에 하지 않던 것이라면 그 행동은 내게 행복감을 줄 것이다. 다만, 행복 후에는, 나의 현실 생활로 돌아 와야 한다.

기업이라면: 어떠한 산업 군에서든 확실한 행복을 가능케 할 수 있다. 평소에 하던 것과는 살짝 다른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보자. 다만 이러한 행복 서비스는 메인이 아니라 가끔 사용하는 기법이어야 하고, 소비자가 예측하지 못 하는 것이어야 한다.

구혜경 교수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전문가 리포터로 재능기부.

국내 대기업에서 화장품 마케팅 업무를 10여년간 수행한 바 있다. 현재는 소비자정보, 유통, 트렌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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