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포럼: 공부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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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문제를 많이 풀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독해력’의 실체

수능 가채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수능 가채점 후 아쉬워하는 수험생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11월 15일 또 한 번의 수학능력시험이 막을 내렸다. 긴 수험생활동안 본인들의 꿈을 위해 달려온 학생들이 노력의 결실을 맺는 날이었다. 시험은 공정한 것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각자의 이야기들은 천차만별이다. ‘역대급 불국어’ 때문에 2019년 수능의 예비 고3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국어 영역에 관한 문의가 벌써부터 늘어나고 있다.

수능 가채점 중. ⓒ뉴시스·여성신문
수능 가채점 중. ⓒ뉴시스·여성신문

올해 6월의 일이다. 필자가 쓴 글을 읽고 어머님 한 분이 상담을 요청하셨다. 최근 입시 제도의 변화로 인해 수능 국어영역이 대학 입시에 큰 비중을 차지해서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부터 자녀에게 국어공부를 집중적으로 시키셨다고 한다. 학생도 공부를 잘 하는 친구라 열심히 기출문제를 풀고 인강을 들어가며 공부를 했다 한다. 하지만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를 보고나서 기대했던 점수가 나오지 않았고 학생과 학부모 둘 다 충격을 받았다.

“우리 아이는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다른 과목들은 잘 하는데 국어는 늘지가 않아요. 본인도 그렇고 제 생각에도 아이의 독해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머님은 아이의 독해력 부족이 당신의 잘못인 마냥 죄스러워 하셨다. 정말 생각하시는 것처럼 학생의 독해력이 부족해서 국어 점수가 안 좋은 걸까? 도대체 독해력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독해력이란 무엇인가? 글을 읽는 속도를 말하는 것일까?

독해력이란 글자를 읽는 능력과 글의 내용을 이해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 두 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전자라면 병원을 통해 난독증 검사를 받아야 한다.) 즉 단어를 지각하지만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구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수험생들의 국어 점수를 위해서 이 원인들을 나누어 보면 크게 ‘통합 교과 지식의 부족’, ‘일상 어휘력 부족’, ‘문장 구조 분석 능력 부족’ 정도로 나눌 수 있다.

통합 교과 지식이란 수능에서 요구하는 중, 고교 수준의 사회, 과학, 미술 지식을 뜻한다. 많은 학생들이 문, 이과로 나뉘기 전과 후에 타 과의 과목은 등한시한다. 문과 학생들은 ‘등가속운동과 등속운동’ 같은 과학 개념을 모르고 이과 학생들은 ‘선거가 직접 민주주의와 관련되어 있는지 아닌지’ 같은 기초 배경지식이 없는 것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능 독서를 푸는 데 배경지식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가원은 “지문에 포함된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의 수준과 범위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고등학교 모든 교육과정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과학지문을 어려워 하는 문과생, 철학지문만 보면 당황하는 이과생은 타 교과 지식을 정리, 이해해야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어휘력 부족은 수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사항이다. 특히 최근 어린 학생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한자, 한문 지식이 부족하다. 수많은 한국어 단어들은 한자 어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글을 읽고 빠르게 이해하는 데 난항을 겪는다. ‘등락’이라는 단어를 학생에게 물어보면 상당수가 ‘갑작스레 떨어지는’ 이라고만 답한다. 그러니 수능의 지문을 오독하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차후 ‘영어 어휘의 추상화’와 ‘국어 어휘의 구체화’에 대해 따로 글을 써야 할 정도로 이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우선은 한자를 쓸 수 있게 익히지 않더라도 사전 찾는 습관을 통해 학생이 한자어의 음과 훈 정도는 파악하게 한다면 충분히 나아진다.

문장 구조 분석 능력이 부족한 케이스는 긴 영어문장을 읽어내는 게 쉽지 않듯. 한국어도 만연체 일수록 시험시간의 긴장 속에 뜻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글을 많이 읽는’ 방법과 ‘끊어 읽기 연습’을 하면서 나아진다.

‘독해력’은 다양한 원인들의 결과이다. 자녀가 “엄마, 난 독해력이 안 좋아서 국어를 못 하나 봐.” 라고 한다면 “아니야, 할 수 있어.” 라고 힘을 북돋아 주자. 그리고 위의 세 가지 중 어떤 이유인지 구체적인 원인을 함께 발견하고 그에 따라 해결책을 마련하자. 단순히 문제를 많이 풀면 나아질 거라는 포괄적인 방안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같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도 문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은광

원주에서 초, 중, 고를 나왔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입학했다. 수험생 카페 ‘수만휘’에서 베스트 칼럼니스트, 국어 관련 칼럼 총 조회수 20만인 아이디 ‘위통약’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화상 교육 솔루션과 플랫폼을 만드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이리온 컴퍼니(erion.kr)’ CEO이자 수능 국어 강사이다. eunkwang.kim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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