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관광을 간 적이 있다. 뉴욕에 간지 이틀 후에 9.11 테러가 있었으니 그 여행을 잊을 래야 잊을 수가 없다. 9.11 테러 때문에 뉴욕에서의 일정이 길어져 내가 머물던 집 주인인 캐시와 함께한 시간도 자연히 길어졌다.

캐시는 내게 뉴욕에 왔으니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한편은 봐야한다며 공연중인 작품 몇 편을 추천해 주었다. 그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에서도 공연 중인 ‘렌트(RENT)’였다. 렌트를 보기로 결정하고 캐시가 인터넷을 통해 티켓 예매를 하면서 대강의 줄거리를 설명했다. 줄거리를 모르면 외국인인 내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렌트는 동성연애자이며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고독과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설명을 마친 캐시는 동성연애자들에 대한 내 생각을 물었다. 사실 내게는 동성애자인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만나온 성장기를 함께 했던 정말 좋은 친구다. 난 친구를 사귀는데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캐시도 내 생각에 긍정하고 자기에게도 그런 친구가 많다고 얘기했다. 대게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녀의 나이쯤이면(우리 아버지들 세대) 그들에 대한 편견이 있을 법한데 그녀는 아니었기에 조금 놀랐다. 그러나 더 놀랐던 것은 그 뒤였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자기 딸도 동성연애자라고 내게 말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내 친구 뿐 아니라 많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밝히길 꺼려하고 부모에게는 더더욱 알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캐시가 딸을 인정하고 안아줄 수 있는 어머니라는 사실이 존경스러웠고 그럴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또한 부러웠다. 렌트를 그녀와 함께 보며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리고 서로 보듬어주면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넉넉함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한다.

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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