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듀테크 포럼 - 공부의 모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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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에서 루트, 지수, 로그를 배우자.

현재 교과과정에서, 루트는 중3 때 지수, 로그는 고1~2 때 배운다. 이들을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배울 수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분수, 소수를 다룰 수 있다면 루트와 지수, 로그도 다룰 수 있다. 따라서 루트와 지수, 로그 정도는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면 익힐 수 있다.

복잡해 보이는 루트, 지수, 로그. @Pixability
복잡해 보이는 루트, 지수, 로그. @Pixability

안 그래도 수학과 선행학습 때문에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데, 교과과정보다 당겨서 교육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반대하겠지만, 위 주장은, 선행학습과는 전혀 다른 얘기이다

먼저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우는, 두 자리 곱셈이나 분수, 소수에서 시작해 보자. 35×63을 계산한다면, 종이와 펜만으로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이 곱셈을 계산하기 위해 많은 중간 과정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 체계가 정비되어야 했다.

35와 같은 인도 아라비아 숫자 표기가 유럽에 상륙한 것은 12~13세기이다. 그 전에는 ⅢⅩⅤ(삼십오)’라고 적었다. 두 자리 수이니 감당할 수 있지만, 숫자가 커지면 숫자 표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한문으로는 三十五로 표기한다. 이들 표기법은 뜻은 명확하지만 계산은 난망했다. 따라서 이런 숫자는 기록용이었고 계산을 위해서는 주산과 같은 다른 도구가 필요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학. @Pixability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학. @Pixability

숫자에서 결정적인 도약은 자릿수를 숫자의 위치로 나타내는 것이다. 35에서 3‘3’이 아니라 ‘30’인 것은 의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치를 통해 자리수를 나타내는 것은 뜻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계산을 하기에는 편리하다.

우리는 35이라는 숫자 표기에 들어 있는 의미나 역사적 과정은 배우지 않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배운다. 분수와 소수도 비슷한 상황이다. 나아가, 분수, 소수를 이해할 수 있다면 루트와 지수, 로그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나의 오랜 수학강사 경험에 따르면 거의 예외가 없다. 공부 방법에 약간의 변화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사실 실전에서는, 분수의 체감 난이도가 루트보다 더 높다.

아래에서 실전을 해보자.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루트나 지수, 로그에 대해 잘 모른다면 더 좋다.

옛날에 인부에게 노임을 주어야 했다. 노임은 빵 반 조각이다. 당시 수는 1, 2, 3 등 자연수밖에 없었다. 빵 반 조각을 어떻게 표현할까? 분수를 만들었다. 1/2 조각이 인부 노임이다.

같은 맥락에서 루트를 다뤄 보자. 넓이가 2인 정사각형이 있다. 이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는 얼마인가? 수식으로 쓰면 X²=2이다. 그런데 역시 자연수에는 X 값이 없다. 그래서 분수를 만들 듯 새로운 수를 만들었다. 제곱을 했을 때 2가 되는 수를 루트2라고 쓰기로 했다.

자 그럼 루트4는 얼마인가? 질문을 바꿔서, 제곱했더니 4가 되는 수가 무엇인가? 루트4=2이다. 계속해서 루트9, 루트16은 얼마인가?

로그도 마찬가지이다. log282의 몇 승을 하면 8이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답은 3이다. 그럼 log216, log39는 얼마인가? 역시 2의 몇 승을 하면 16이 되는가, 3의 몇 승을 하면 9가 되는가의 질문이다.

우리 선조는 돌맹이를 쥐고 동물 뼈에 선 하나를 그었다. 그것이 숫자의 시작이다. 그 후 지금과 같은 수의 체계가 만들어지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도에서 시작된 수 체계의 혁신을 통해 우리는 0~9라는 단 10개의 글자로 세상을 표현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확산하여,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

빵 반 조각을 표현하려면 1/2 분수이다. 같은 숫자를 여러 번 더하는 것이 귀찮으니 새로운 연산법을 만들었다. 바로 곱셈이다. 숫자가 너무 커져 감당할 수 없으니, 10처럼 지수로 표현하게 되었다. 따라서 분수와 곱셈은 쉽고 지수와 로그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모두 동물 뼈로 선을 그어 세상을 표현하고자 했던 인류의 노력이다.

초등 고학년 때 분수, 소수와 함께 루트, 지수, 로그를 함께 가르치자. 과학이 발전하면서 곱셈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은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 지수와 로그를 통해 이해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대장균의 번식, 인구 증가, 방사성 동위원소 붕괴 과정 등의 생활 현상들이 바로 지수와 로그를 통해 이해되는 것들이다. 루트, 지수, 로그를 일찍 배우면, 세상을 보는 우리들의 안목이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

민경우.

사회 운동을 하며 아르바이트로 수학을 가르치다 7년 전부터 전업 수학 강사의 길을 걷고 있다. “민경우 수학교육연구소소장으로 현재는 수학교과내용을 재구성하고, 1:1 대면 영상 공부법을 도입하는혁신적 교육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수포자 탈출 실전보고서’, ‘산업수학, 인공지능과 수’, ‘암호와 소수등이 있다mkw1972@hanmail.net

민경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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