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 히포시 액션
김원호 모월 대표
"술 빚는 현장서 여성의 섬세함 필요"
가정에서는 삼 남매 아버지
자녀가 성 불평등 느끼지 않게 노력
“히포시 액션 참가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정과 회사에서 성별의 구분을 넘어 모두가 하나의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원호 모월 대표는 술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고 말한다. 술은 나누기 위해 만드는 음료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술을 빚고 술이 익고 술을 나눌 때 남녀 모두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현대전자,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통신을 거친 전자엔지니어 출신이다. 1990년대 후반 홍대, 신촌 등에서 수제 맥줏집이 유행할 때 맥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평소 맥주를 즐겼기 때문이다. 5년 전 강원도 원주에서 협동조합 주담을 설립했다. 달 같은 따뜻한 이미지의 이름을 따라 ‘모월’이라는 전통주를 빚고 있다. 모월은 원주 지역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향토기업이다. 지역 쌀을 사용해 전통제조법으로 술을 빚는 게 특징이다. 매출 일부를 미술, 음악 분야에 후원도 하고 있다.
이곳의 14명의 조합원은 오래된 친구다. 남녀 성비는 정확히 절반씩이다. 이사회 간부 남녀 성비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술을 빚는 일은 고되다는 이유로 남성들의 주 무대였다. 모월은 왜 남녀 성비가 절반씩일까.
“남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술이란 끝없이 자기복제를 하는 효모가 만드는 아주 섬세한 작업이다. 발효의 최정점에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오랜 기간 숙성의 시간이 말없이 관통하는 술 빚는 현장에서 여성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술을 남북은 가르지 않고 동서를 구별하지 않는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나누는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회사 직원들에게도 기회를 평등하게 주겠다고 말한 부분과 통한다.
그는 “능력 있는 직원은 남녀 불문하고 어디서든 우월한 지위를 가지게 될 거다. 특히 여성이라면 더 축하하고 박수를 보내겠다. 우리 모두가 그것을 인정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남녀가 아니라 친구다. 좋은 술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삼 남매의 아버지인 김 대표는 집에서도 성 평등을 위해 실천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 아들은 남자다워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고 딸은 조신해야 한다는 성 불평등이 있었다. 나는 이런 표현을 안 하려고 한다. 자식들이 불평등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집에서 가족들의 역할이 구분돼 있지 않다. 설거지나 화분의 물주기는 먼저 본 사람이 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성 불평등을 바꾸려면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히포시 운동에도 참여하고 바꿔야 한다는 각오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불평등을 당해도 또 불평등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