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SBS D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할리우드 배우 로즈 맥고완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SBS D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할리우드 배우 로즈 맥고완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미투는 목적지 아닌 출발점
영화제작사, 미디어도 책임 커 

“피해자로 나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고 믿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로즈 맥고완은 지난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SBS D포럼’에 참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사실을 직접 폭로한 피해자로서 미투 운동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맥고완은 할리우드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적인 관행을 끊임없이 고발해 온 배우다. 영화 스크림에선 살인마에게 쫓기는 10대 소녀를, 영화 플래닛테러에선 최종병기 전사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세븐틴, 지큐 등 수많은 잡지 표지를 장식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세월이 흐르면서 할리우드의 이면과 그늘을 용감하게 고발하는 삶을 걷기 시작했다. 3년 전 한 영화사의 ‘가슴골이 보이는 옷을 입고 오라’는 여배우 오디션 공고문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날 맥고완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언급하며 “이 영화에는 불평등한 여성관을 비롯해 나쁜 신화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 금발 머리 여성과 악한 갈색 머리 여성, 성을 통해 목적을 이루는 여성 등이 그 예다.

맥고완은 “유색인종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할리우드 영화에 드러나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설득당한다”며 “이제는 영화 제작자들이 정말 이 영화를 통해 자신들이 사람들의 머리에 어떤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 지각하고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맥고완은 최근 할리우드의 이런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 회고록 ‘브레이브’를 출간,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4년 전 할리우드의 문제를 고발했지만 도와주는 이가 없어 혼자였고 무서웠다”며 “왜곡된 기사를 통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지만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투의 본질이 왜곡돼선 안 되며 여기엔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했다. 맥고완은 “미투의 본질을 왜곡하고 여성을 혐오하는 세력은 미국에도 많다”며 “남성들이 지배하는 미디어로부터 이런 현상이 좀 더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는 힘의 불균형에서 나온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성 평등과 관련해선 사실 미국에서도 급여 수준 등 남녀 간 격차가 여전하다”며 “직장 내 성 불평등에 대해 어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도움을 전담하는 에이전시도 없다. 성 평등에 있어서 미국도 아직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미디어에서 마치 미투 운동을 남녀 대결 구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을 중단하고 좀 더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투는 목적지가 아니고 출발점이며 미투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앞으로 저 또한 더 많은 책을 쓸 것이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며 싸워 나갈 것이다. 피해자들을 위해 지지하고 우리가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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