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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수요집회 11주년을 맞아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할머니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집회를 가졌다. <사진·민원기 기자>

위안부 문제해결 위한 ‘정기수요시위’ 11주년

한민족 전체의 문제 공감대 형성 기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측이 지난 1992년부터 벌여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지난 8일로 11주년을 맞았다.

8일 정오 경기도 나눔의 집에서 출발, 찬바람에 백발을 날리며 일본대사관 앞에 선 위안부 할머니들은 ‘명예회복 되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한맺힌 울분을 토했다.

김순덕 할머니(81)는 “아마 일본정부는 우리가 빨리 죽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함께 거리로 나섰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명을 달리 하고 있는 지금 일본정부는 명예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금주(83) 할머니는 “일본정부가 사죄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절대 죽을 수 없다”며“얼마의 돈으로 인간의 권리를 짓밟힌 위안부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해 주위 사람들을 숙연케 했다.

이날 정대협은 성명서를 통해 “540회의 수요시위를 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알렸음에도 아직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새 정부에게 일본에 대해 당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집회의 가장 큰 성과는 위안부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일제국주의에 의해 피해를 본 한민족 전체의 문제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점, 그리고 수치심에 갇혀 살아온 정신대 할머니들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게 된 점이다.

미야자와 전 일본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지난 1992년 1월 8일 첫 시위를 벌인 이후 11년이 지났지만 ‘일본 군대 위안부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및 피해자에 대한 법적 배상’요구는 여전히 대답없는 메아리로 허공을 맴돌고 있다. 정신대 문제 해결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명예회복에 있기 때문이다.

1995년 일본이 ‘여성을 위한 아시아 국민기금’을 만들어 민간 차원의 배상을 시도했으나 지금까지 정신대 할머니들은 돈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범죄에 따른 희생자’로서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일본에서 열린 성노예 여성국제법정에서는 일본 정부에 유죄판결을 내리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같은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일본의 위안소 운영이 ‘성노예제’로 세계에 공인되고 국제적인 범죄로 인정됐다는 의미다.

또 2001년에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범죄를 규명하고 피해자 배상소송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연대가 구축, 아시아인권단체, 비정부기구(NGO), 변호사그룹 등 13개국 50여개 단체가 국제연대를 구성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이 시급한 이유는 노령에 쇠약해진 몸에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수요집회에 참석했던 정신대 할머니들 한명 한명씩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만도 11명이 돌아가셨고 그 속도도 빨라지는 추세다. 현재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로 신고돼 있는 피해자 할머니는 205명 가운데 126명만이 생존해 있다. 수요집회가 시작된 이래 이미 79명의 할머니가 사망했다.

성노예로서 당했던 오욕의 역사를 자신만의 아픔으로 감추지 않고 거리에 당당하게 나선 할머니들이 가슴깊이 원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명예회복이다. 올해 열릴 제91차 ILO총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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