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여성친화 CEO ]

사람의 삶을 짓는 디자인 메이변화영 대표

사람이 사람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식주(衣食住) 해결되어야 한다. 오랜 시간 먹고 입는 것은 여성의 역할, 집을 짓는 것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고정된 성역할이 지배해왔다. 그러나 건축계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건물을 짓고, 안에 혼을 불어넣는 여성 건축가들이 있다. 서울과 제주의 여러 현장을 누비며 사람의 삶을 짓고 있는 디자인 메이변화영 대표를 만났다.

©디자인메이. 세듀 사옥 펜트하우스-2015 강남시 아름다운 건축상 수상
©mxm 건축사무소 이규한. 내부설계 및 시공 디자인 메이 | 세듀사옥 펜트하우스-2015 강남시 아름다운 건축상 수상

변화영 대표는 인천공항 환승라운지, 리츠칼튼호텔, 제주 서귀포시청 2청사 등의 굵직한 건물의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 건축의 설계와 시공, 이는 아름답고 편리해야 아니라 안에 사람이 들어가야 하기에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꼼꼼해야 하고, 카리스마는 당연한 덕목이다. 만나본 변화영 대표는 화통하면서도 디테일에 신경쓰는 그런 사람이었다.

) 건축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변) 어릴때는 막연하게 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꿈을 키워 오다가 친구의 삼촌 사무실에 놀러갔다. 마침 그곳은 건축사무소였고, 사무실 벽면을 가득 채운 도면에 반했다. 도면은 집이 되고, 집에 사람이 사는 것을 상상하니 행복했다. 나도 집을 상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전공을 하게 되었고, 꿈을 실현했다.

문) 어릴 우연히 만난 장면을 잊지 않고 진로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변) 선생님이나 간호사가 되어 평범하게(물론 선생님과 간호사가 해내는 , 나라면 같고 대단하다 생각된다) 살길 바라셨던 부모님은 건축공학과를 간다고 했을 무척 반대하셨다. 강하게 나오시니 오기가 생겼다. 고등학생이 부모를 상대로 있는 데모라면 나를 볼모로 잡는 밖에 없었기에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보신터라 부모님은 당황하셨고 결국 진학할 있었다. 이후에는 자연스레 길을 걷게 되었고 벌써 20년이 되었다.

©디자인메이. WE호텔 로비 라운지 바
©디자인메이. WE호텔 로비 라운지 바

) 건축가 변화영이 생각하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사람의 , 안에 있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건축은 부동산을 떼어 놓고 이야기 하기 어렵고,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건물을 실제로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은 그런 물질적 가치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내가 클라이언트와 만날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사람이 어떤 집에 살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지, 어떤 공간에서 어떤 행위가 일어나야 가족이 행복할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한다. 클라이언트 이런 것들을 미리 고민하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여러번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눈. 속에서 각각의 분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도출된 생각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이후 이를 공간으로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시공을 때는 직원들에게 현장에서 가장 나쁜 것은 실수가 아니라 신경 쓰지 않는 이라 말한다. 있는 일을 신경쓰지 않거나, 당연히 것이라 생각하면 마감이 좋게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철학과 삶을 담은 디자인이라 지라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디테일에 신경 쓰는 현장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집이 아닌 상공간을 설계할 때는 스토리텔링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주제에 맞는 공간을 만들어 갈지 말이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되어진 후에야 비로소 공간디자인이라는 요소를 공간에 담을 있다.

© 디자인메이_이호 돌집 리모델링
© 디자인메이_이호 돌집 리모델링

문) 서울과 제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서울과 제주는 기후와 사람들의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이것은 어떻게 건물에 반영되는가?

변) 제주와 서울의 가장 차이점은 습도와 바람이다. 서울은 미세먼지가 많고 빌딩숲이기 때문에 창을 크게 활짝 열고 환기를 하려는 분들이 거의 없다. 하지만 분들이 제주에 집을 짓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날씨가 화창하면 맑은 공기와 너른 바다, 파란 하늘을 만끽할 있도록 폴딩도어를 하고 싶어하신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절대 권하지 않는다. 태풍이라도 한번 불면 폴딩도어 사이로 물이 엄청 들어오는 곳이 제주다. 제주는 비도, 바람도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오고 아래에서 솟구친다. 그렇게 습도가 높은 지역이라 습기에 강한 마감재를 써야 한다. 제주의 전통가옥을 보면 이런 기후들이 반영되어 있다. 초가집을 짓고 돌담을 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 사람들이 자연과 어떻게 소통하며 살아왔는지를 반영하려고 하는 편이다.

© 디자인메이. 록인제주 리조트
© 디자인메이. 록인제주 리조트

문)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변화영 대표가 여성인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변) 지금도 많이 받는 질문이다. 여자가 하기 힘든일 아니냐고.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지만 역시 젠더도 생물학적인 성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베테랑이 되고 클라이언트보다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가 되면 이후에는 그저 건축하는 변화영 뿐이다. 하지만 역시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여자라는 것이 불리한 조건이라 생각했다. 한번은 현장 목공반장님이 아가씨는 하릴없이 멀뚱하게 있지만 말고 차라리 가서 커피나 맛있게 타오라 하더라. 커피 타려고 힘든 대학을 나온 것이 아니라 생각했으니 당연히 발끈했다. ‘아저씨 마누라 데려다 시켜라고 소리지른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었다. 목공반장님은 내가 여자라서 무시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아마츄어이기 때문에 그러신 것이다. 커피를 매게로 현장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분위기를 익히라는 뜻이었다. 다시 때로 돌아간다면 커피를 열잔, 아니 백잔을 타서라도 분께 배우고 정보를 나눌 같다. 어느 분야든 유리천장이 없을 수는 없다해도 우리 여성들은 가끔 그것을 과하게 의식해 스스로 벽을 만들고 천장을 낮추는 경우도 있는 같다.

©디자인메이. 디자인 메이 사무실에서 변화영 대표
©디자인메이. 디자인 메이 사무실에서 변화영 대표

문) 건축에 도전하려는 여성들에게 조언한다면?

변) 일을 하면 수록 느끼는 것이 건축은 여성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누구보다 꼼꼼해야 하고 감성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냉정해야 한다. 우리 여자들이 그렇지 않나. 드라마에 눈물 흘리다가도, 꼼꼼하게 애인 또는 배우자에게 따져묻고, 화나면 칼바람 불게 냉정하고.(웃음) 그리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분야다. 자재나 시공법, 공정관리 등등 알아야 것이 많은 것은 물론 빨리 발전한다. 깨어있고 트렌드 분석에 쉼이 없어야 한다. 누군가의 삶을 존중하고, 삶을 구현하며, 결국 조금은 삶을 결정해주는 것이 공간이다. 우리는 공간 속에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은 매력적이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릴 꿈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처럼 좋아하는 일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런 점에는 행복하다. 모든 여성들이 나처럼 꿈을 꾸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을 놓지 않길 바란다.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이 다르다. 기후도 다르고 파도도 다르다. 심지어는 말도 다르다. 그렇게 사람들의 삶이 다르다보니 이들이 사는 집도 다를 밖에 없다. 작은 섬에도 이렇게나 다른 , 다른 집이 있다. 나의 삶이 너의 삶과 같지 않으니 우리는 다른 집을 꿈꾸지만 세상은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꿈꾸라고 한다. 집을 사는(buy) 재산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live) 공간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 변화영 대표. 각기 다른 삶에 맞춘 공간을 매번 아름답고 혁신적으로 지어내는 그의 사람과 사람이 교감하고, 사람과 자연이 호흡하는 공간 살고 싶다.

문환이 | 자유기고가

사람을 위한 긍정에너지를 발신하는 콘텐츠 창작집단 [쥴포러스] 대표. hwany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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