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비자의 마음 읽기]

온라인 집들이-보여지는 삶 내 실제 생활 모두를 충족시키는 이벤트

요즘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집들이가 성행하고 있다. 우리 전통의 집들이는 사실 새집으로 이사한 일을 축하 받기 위한 일종의 잔치였다. 이제는 실제로 집에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사진을 찍어서 SNS나 집들이 앱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한다. 이미 오늘의 집, 하우스앱, 온집 등 온라인 집들이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빨리 퇴근하고 싶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한다. 집은 안락한 휴식처, 나(혹은 우리가족)의 내밀한 공간,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보호막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집의 위치, 크기, 그리고 어떻게 꾸미고 사는지를 그 사람의 능력이나 지위, 성공여부로 가늠하곤 한다. 그래서 집은 나 혹은 우리 가족만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남에게 보여주게 되는 내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요즈음 아무리 아끼고 저축을 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빚을 내어 집을 장만하더라도 원금과 이자 갚기에 쪼들리고 가계는 점점 팍팍해진다.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도 생겨난 지 오래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집을 꼭 소유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물론 집을 소유할지 말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그러나 나와 우리 가족이 쉴 수 있는 안락한 공간으로서의 집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니 내가 사는 집이 비록 작거나 셋집이라 해도 어떻게 단장하고 사는가에 더 관심이 쏠리게 된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전통 동요 속에서는 두꺼비에게 헌집을 주고 새집을 얻을 가능성이 있었나보다. (부럽다). 헌집을 새집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는 인테리어 공사 또는 리모델링 공사로 가능해진다. 절대적인 시간, 비용,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때로는 소음과 먼지로 이웃에 많은 불편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 집을 꾸미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고와 희생을 감수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게 된다.

우리의 일반적 현실은 당장에 넓은 집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는 않다.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좁은 공간 100배 활용하기, 좁은 공간 넓게 쓰기, 효율적인 수납공간 만들기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혼자 살든, 여럿이 살든,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중요하지 않다. 좁지만 깨끗하고 안락하게, 큰 돈 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결국 집 주인의 센스 영역이다. 돈만 많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셀프 인테리어 공부를 하고, 발품을 팔아 소품을 마련하고, 집 꾸미기 아이디어를 내고, DIY 가구를 제작하는 등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온갖 수고의 결과로 완성한 나의 집인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센스 넘치는 집(&인테리어) 사진을 공유(자랑)하면서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소품의 구입처, 가격, 인테리어 시공 시간 및 방법, 가구나 소품의 브랜드 등에 대한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를 온라인 집들이라고 칭한다. 지인 대신 타인에게! 불러서 구경시키는 대신 온라인상에서 사진으로! 휴지나 비누 등의 선물 대신 타인들이 보내주는 댓글과 좋아요가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나의 노력, 나의 삶이 인정받는 느낌이랄까?

부억. 인테리어 전. 사진_구혜경
부엌. 인테리어 전. 사진_구혜경
부억. 인테리어 1차 완료 후. 사진_구혜경
부엌. 인테리어 1차 완료 후. 사진_구혜경

손님을 초대하는 번잡함은 없애고, 나의 노력과 수고를 인정받으면서 센스까지 은근히 드러낼 수 있는 무척 좋은 기회가 아닌가? 명품 가방이나 명품 시계로 나의 성공을 과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요즘 여성들에게 센스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지혜로 얻어진 결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단이나 주방, 또는 화장대를 엣지(?)있게 꾸미는 일련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나와 내 공간에 대한 대접이고, 결국 나를 사랑하는 의식이나 마찬가지다. 나에 대한, 나를 위한 노력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다른 이들의 칭찬과 인정이라는 보너스까지 더해지면 더 기쁘지 않은가?

가족의 수가 줄어들고 집의 규모도 줄어들면서 자산으로만 보았던 집에 대한 잣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내 공간을 단장하는 일은 나 자신의 삶을 위한 매우 중요한 의식이다. 나와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 우리의 가치가 녹아들어간 공간으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꾸미고 그것을 스스로 누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 집들이를 통해 이 공간을 드러내는 것은 보여지는 삶으로서 나의 센스와 노력을 인정받는 과정이다. 더 나은 나를 위한 공간을 꾸미기 위해서 남들의 다양한 사례들 탐색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소중한 정보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노고를 격려해줄 수 있기까지 한 온라인 집들이. 당분간은 지속되지 않을까?

소비자라면? 집 꾸미기! 남들이 많이 하니까, 쉬워 보인다. 그러나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다. 무작정 하려고 달려들면 오히려 맘처럼 안돼서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타인들의 공간에 대한 동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남과 나의 현실 상황을 구분하고 계획을 잘 세워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 꾸미기가 아니라, 소중한 나를 잘 대접해준다는 깊은 뜻이 기본임을 잊지 말자.

기업이라면? 최근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셀프 인테리어 관련 가구, 소품 등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품질이나 A/S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인테리어 업자들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고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많다. 가격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제공되는 기반이 마련되고 양질의 정보가 제공된다면 그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구혜경.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국내 대기업에서 화장품 마케팅 업무를 10여년간 수행하였다. 현재는 소비자정보, 유통, 트렌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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