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편집자주>

책임과 책임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요즘 소소한 재미를 주는 예능 프로그램인, “한끼 줍쇼”를 우연히 보았습니다. 한 끼 식사를 마치고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남편을 칭찬해 보세요” 했습니다. 부인은 쑥스러워하면서, “제 신랑은 책임감이 많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기가 하겠다고 한 것은 정말 꼭 하더군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기성 세대입니다. 요즘 말로 “꼰대”이지요. 저는 기성 세대라서 몹시 열심히 늦게까지 일하는 그런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워라벨”이 없었지요. 그래도 그렇게 일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일한 세대입니다.

내가 하기로 한 일을 일정에 늦지 않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 내는 것”을 목숨처럼 지키며 일을 했습니다. 일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 않아, 주말에 사무실에 나오길 밥 먹듯이 했고, 늦은 밤에 사무실에 남아 있길 일상처럼 하였지요.

오랜 세월이 지나, 제가 관리자의 위치가 되고 나니, 제게 업무가 조금 추가되었습니다. 그것은 1) 여성리더십 강의 2) 같이 일하는 후배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여성 리더십 강의는 여성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S전자는 최고경영층의 지시에 따라 여성인력을 많이 채용했는데, 그들이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 멘토링 등의 제도도 도입하면서, 여성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도 했습니다.

저는 그 강의를 준비할 때, 남성 리더들이 여성 인력과 일하며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러 가지 개인 업무나 가정사로 인해 회사의 긴급한 일을 제 때 처리하지 못 하는 여성 인력에게 “책임감”이 없어 같이 일하기 힘들다 였습니다.

하기야 프로젝트 담당자가 여성 인력인데, 금요일 저녁까지 일이 완료되지 않았는데, 월요일 아침 임원회의에서 보고해야 하는데…. 여성 인력에게 주말에 보고서 작업을 해 달라고 하기가 난감하지요. 해결책이 무얼까요? 주말에 근무할 수 있는 다른 인력에게 업무 지원을 요청하거나, 부장이 직접 합니다.

저작권 무관
저작권 무관

그래서 제가 여성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들을 것을 각오하고 강의한 것은, 책임을 완수하는 것과 책임감이 있는 것은 다르다”였습니다.

"본인이 하던 일을 마무리하려면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것을 하지 못 하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못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입니다!!! 라고 외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책임을 다 하지 못 하는 사람이 된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어요. 대신 내가 잘 하는 것을 강조하고, 그 강점을 활용하여 회사에 성과를 내 주면 됩니다.” 라고 했습니다.

제가 직원을 평가하는 관리자가 되었을 때, 전 또 깜짝 놀랬습니다. 모든 직원이 “나는 책임감이 강하다”에 대해 10점 만점을 주었던 겁니다. 가정사로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익스큐즈하던 여성 인력은 물론 수시로 업무 납기를 못 맞추던 남성 인력도 자신을 “책임감 만점”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개인 생활 때문에 또는 다른 이유 때문에 책임을 완수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후배들이 모두 책임감에 10점 만점을 주었을까요? 차이는, 책임 (Responsibility)과 책임감 (Sense of responsibility)의 “감 Sense”였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 책임감이 없습니다” 할까요? 없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것은 책임감이 있는 것만이 아니라 "책임을 완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책임을 완수하지 못 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세상 일이 내 맘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한 끼 줍쇼’의 그 남편은 “책임을 완수”하는 분이었습니다. 물론 부인은 칭찬할 때, “책임감이 좋다”고 했지만요. 책임을 완수하지 못 하는 상황이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 대신 다른 것을 잘 하면 되니까요.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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