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매 / 서강대 대학원 박사과정(조선족)

97년 8월에 서울에 왔다. 그 해말 바로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5년이 지난 지금 차기 대통령선거를 위한 유세활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서울생활을 하면서 뉴스나 신문 등 각종 매체에서 접하는 정치 관련 소식은 대부분 여야간의 상대방 물어뜯기 싸움, 국회 휴회 같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TV에서 가끔 보여진 손찌검까지 가는 국회에서의 싸움은 그야말로 가관이었고 워낙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더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다.

한국인의 특징으로 대변되는 단어를 들라고 하면 다들 ‘빨리빨리’라고 말한다. 매사에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한국인이건만 유독 국회에서만은 여야간 공방으로 중요한 국정을 ‘만만디(천천히)’로 처리한다. 어쩌면 그 저변에는 자신만이, 그리고 자신이 몸담은 정당만이 이 나라를 위한다는 생각이 깔려있을지 모르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는 나에게 이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지 않고 자신들의 일신 또는 정당만을 위한 지극히 이기적인 정치인으로 비춰졌을 뿐이었다.

한국의 정치인에 대하여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분명히 중국보다는 훨씬 민주화된 국가임을 인정하고 긍정한다. 한국인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참여도도 지난 번 선거때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다. 그때 과 친구들에게 투표를 할거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아무도 안한다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투표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 같았다. 중국은 명목상으로는 여러 정당이 있지만 공산당 일당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직 간접 선거제를 실시하고 있다. 언론매체도 엄격히 통제 받고 있다.

가끔은 ‘중국인은 거수기’라고 하는 한국인이 있다. 하지만 마치 한국은 아주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 국가였듯이 얘기를 하는 뉘앙스가 그렇게 탐탁지 않다. 한국도 불과 십수년 전에는 체육관 선거라는 간접선거를 했다고 들었다. 모든 것에 다 과정이 있듯이 중국도 앞으로 민주화과정을 거치리라고 생각한다.

10일 저녁에는 세 대선 후보의 정치, 경제, 과학 현안과 미래에 대한 토론회를 열심히 보았다. 세 사람 다 각자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고 이렇게 세 사람이 나와서 토론회를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좋은 부분도 있고 또 극단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다만 누가 당선되든지 여의도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상대방의 좋은 정책도 포용해서 적용할 수 있는 국가와 국민과 민족을 위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해 점점 나아가고 있는 나라이고 중국도 앞으로 그런 과정을 겪으리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두 나라가 더욱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발전해 갔으면 한다. 한국 애국가에 ‘하느님이 보우하사’라고 나오듯이 하나님이 이 나라와 이 나라 국민과 함께하여 보호해 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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