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지난달 싱가폴에서 아시아 성학회가 열렸다. 지난달 14일부터 17일까지 싱가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레플즈시티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아시아성학회에는 아시아에서 내노라하는 성에 관련된 활동을 하는 학자와 의사, 성교육자 등이 모여 최근의 이슈를 나누었다.

4박5일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하게 짜여진 학회 일정은 성에 대한 최신 학설과 워크샵, 정보교류로 오랜만에 머리와 몸을 분주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번 학회에서는 남성의 성기능 장애 뿐 아니라 여성의 성기능 장애, 이를테면 성욕감퇴를 비롯해 성교동통증, 질경련 등에 대한 최신 의학적인 견해와 치료방법이 발표됐고, 이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노령화사회로 가는 탓인지 노년의 질높은 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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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성의 질 안에 민감한 성감대라는 G-Spot뿐 아니라 A-Spot, P-Spot도 있다는 발표들도 뒤따라 이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적인 관심과 함께 여성의 질안에 민감한 성감대가 있는 것은 확실한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런데 이렇게 온통 성에 둘러싸여 지내던 삼일째 되는 날 우연히 호텔에서 집어든 아침신문에서 꽤 흥미로운 기사를 보게 됐다. 최근 대만에서 있었던 법조인들의 모임에서 ‘오랄섹스는 간통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60명의 대만 판사와 변호사들 모임에서는 ‘오랄섹스는 섹스로 간주할 수 없으며, 따라서 간통죄도 아니다’고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앞으로 대만의 간통죄 사건 판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만은 간통죄가 성립되면 최소 6개월 이상의 형무소 수감의 벌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 모인 60명의 법조인 중 49명이 '섹스란 성기와의 접촉을 의미한다'는 견해를 지지함으로써 앞으로 대만에서 어려운 사랑을 하는 남녀들은 가능한한 성기의 결합을 피하고 오랄섹스를 즐기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전 비슷한 사례로 세간에 시비가 오간 적이 있다.

‘함께 자기도 하고, 여행도 했지만 성기삽입이 없었으니, 간통이 아니다’는 판결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아마 우리나라의 법조인들도 대만의 그들과 같은 생각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결혼전의 남녀들조차 임신의 우려가 없고, 성기가 결합되지 않는 그러나 무척 자극적인 오랄섹스를 성적 접촉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혼전순결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 삽입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오랄섹스까지만을 하지요. 남자친구는 이를 무척 불만스러워 하지만...’라는 상담사례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의 젊은이들도 오랄섹스는 성기끼리 접촉되지 않으므로 섹스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섹스란 성기만의 접촉일까?

여자의 질에 남자의 음경이 삽입되어야만 섹스라고 할 수 있을까? 입과 성기가 접촉되고,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를 보고 만지고 애무하는 그 행위가 섹스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간의 섹스란 온 몸과 마음을 사용한 최대한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심지어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들을 하지만)

이때의 온몸이란 성기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그것은 키스일 수도 있다. 심지어 나는 키스조차도 섹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입술끼리의 부딪힘이 아닌 더 깊은 키스라면 그것 자체로 오르가즘이 느껴질 만큼 자극적이고, 섹스의 기능이라고 할 정서적인 친밀감 내지는 사랑의 확인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어떤 성적인 접촉도 그것은 다 섹스의 일부분이다.

사랑에는 때로 모험도 용기도 필요하다. 물론 섹스는 쉽게 결정할 일도 아니려니와 이와 함께 진지하게 검토된 자신의 가치관과 태도가 일치되면 더욱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

당당할 자신이 없다면 어떤 성적인 접촉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너무 지나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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