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화장품에서 임신과 정자생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향수 등 화장품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이 대부분 여성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건강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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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시판중인 국산 화장품에서도 이들 환경호르몬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어떤 규제안도 없는 상황이어서 소비자의 건강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환경운동연합은 스웨덴자연보호협회와 여성환경네트워크, 위해없는 건강보호 등 3개 단체가 스웨덴과 영국에서 시판되는 향수·방취제·헤어 무스·헤어 젤·헤어 스프레이 등 5개 제품군의 34개 화장품을 조사한 결과 이들 화장품의 80%에서 프탈레이트가 발견됐으며, 53%의 제품에서는 2가지 종류의 프탈레이트가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일부 화장품에는 카드뮴과 비견될 정도의 독성으로 유해물질로 분류된 프탈레이트인 DEHP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수입화장품, 향수서 프탈레이트 다량 검출돼 충격

프탈레이트는 유산 등 여성건강에 치명타

서울시 강남구 심모씨(26)는 “날마다 몸에 바르는 화장품과 향수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것은 충격이다”며 “특히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유명한 제품들에 함유돼 있다는 것은 소비자의 건강은 전혀 생각치 않고 이익에만 눈먼 상술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련에 따르면 프탈레이트의 검출농도는 최저 1mg/kg에서 최고 1만9,000mg/kg에 달한다.

DEHP, DBP, BBP, DNOP 등 여러 가지 종류로 분류되는 프탈레이트는 인간의 번식력에 손상을 주는 환경호르몬으로 PVC를 부드럽게 하는 성질 때문에 PVC 제조와 목재 가공 등에 쓰이고 있으며 향수의 용매나 화장품의 보조물질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동물실험을 통해 간과 신장, 심장, 허파, 혈액 등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나 유럽연합은 지난 99년부터 영유아 장난감 등에서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으며 점차 사용금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PVC 제조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여성의 소변에서 검출된 고농도의 프탈레이트는 임신복합증과 관계가 있으며 유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스웨덴의 국립화학 물질 검사소 연구발표에 따르면 “프탈레이트 종류중 하나인 DEHP는 동물의 고환, 번식력,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이는 인간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련 유의선 연구위원은 “조사결과를 게재한 스웨덴의 유력지 다겐스 니헤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샤넬의 향수 넘버 5, 크리스찬 디오르의 향수 포이즌, 랑콤의 향수 트레졸, 캘빈 클라인의 향수 이터너티, 토미 힐피거의 향수 토미 걸, 웰라의 무스 등의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유 위원은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수입화장품 뿐 아니라 국산제품도 수거해 프탈레이트 함유량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프탈레이트 사용금지 여부와 기준을 마련해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은 프탈레이트 함유여부를 표시하고 조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며 “소비자 들에게 제품 경고를 통해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는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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