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했다 … 패널들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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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는 26일 여성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긴장한 눈치였다. 분장실에서 주최측 인사들에게 “자잘한 것 물어서 골탕먹이지 말아 달라”며 선처(?)를 구할 정도였다. 여성계가 ‘가장 보수적인 후보’로 꼽은 탓이다.

토론자들도 단단히 벼른 모습이었다. 이김현숙 평화여성회 대표는 여성정책은 물론, 남북 문제와 아들 병역문제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고, 박주현 변호사는 선배 법조인의 ‘원칙’이 일관성이 없다며 몰아부쳤다.

이 후보가 나름대로 방어했지만 전체적으론 토론자들의 ‘판정승’. 평소 토론에 약하다는 주위의 지적을 받아온 이 후보는 이날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노무현, 권영길 후보가 별다른 자료 없이 질문에 바로 답하는 기동성을 발휘한 반면, 이 후보는 일일이 자료를 찾아가며 답변했다.

이 후보는 토론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도 97년 호주제 폐지를 주장했으나 여태 하지 못했다”며 “개혁을 하려면 국민들의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노무현 후보 진영에도 보수세력이 있는데, 우리만 몰아세우지 말라”며 “내가 선거를 보혁구도로 끌고 간다는 건 근거 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ddarijoa@womennews.co.kr

5대 핵심과제

호주제 폐지

“지난 97년 김대중 대통령도 호주제 폐지를 공약했으나, 지금껏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당시 안되겠다고 봤다. 호주제 문제는 당장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 합의가 우선이다. 개혁은 국민이 공감해야 가능하다. 호주의 지위를 누가 잇느냐는 문제는 여성계도 뚜렷한 답이 없는 것 같다. 우리 당도 아직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되면 임기 안에 호주제 대안을 마련하겠다.”

고용안정·고용창출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가 심각하다. 문제는 고용형태의 신축성이다. 관련 보험을 강화하겠다. 근로감독관 제도는 얼마나 성실하게 집행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잡아야 한다.”

보육 공공성 확보

“일자리를 100만개 만들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4100억원인 보육관련 예산을 2배로 늘리겠다. 어머니 역할과 직장 일을 병행하는 여성들의 부담을 덜겠다. 예산이 적다고 하는데, 이 돈은 정직하게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예산이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내가 조사해 봤더니 법사위 소위에서 심사하고 있더라. 사전 답변서에도 썼는데, 법 제정에 찬성한다.”

여성 정치참여 확대

“비례대표 50%를 여성으로 할당하겠다. 지역구에 참여를 늘리는 부분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난 6·13선거 때 여성의원 많이 등원했다.”

여성 일반

이영자 가톨릭대 교수=이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

이회창=법원에 있을 때로 기억한다. 중동 근로자 부부였는데, 이혼할 때 재산을 두 명이 나눠 가지라고 판결했다. 선례가 없던 일이다. 나는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법원 안에서도 반론이 많았다. 남녀는 동반자이며 서로 인격을 형성해주는 관계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이김현숙 평화여성회 대표=정신대 할머니 문제 어떻게 풀 건가.

이회창=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죄인 된 심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이즈미 총리를 만났을 때 과거사 인식을 제대로 하라는 얘기를 했다. 배상과 참회를 요구해야 한다.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여성 장애인 공약이 빈약하다.

이회창=장애인 전반 대책을 세밀하게 갖고 있다. 고용·사회복지 분야 중심이다. 여성장애인은 남성보다 더 어렵고 국가보조를 필요로 하니 더 배려하겠다.

윤순녕 대한간호사협회 이사=여성암 조기발견을 위한 국고지원 방안 있나.

이회창=본인이 부담을 못하는 경우 국가가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국고보조금 금액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재정소요 준비돼 있다.

정책 일반

이영자=한나라당이 보혁구도로 대선을 치르고 부패정권을 심판한다고 했다. 보수회귀 세력을 자처하면 정치발전이 더딜 수 있는데.

이회창=보혁구도 아니다. 부패정권의 세습자가 되느냐, 새로운 정치세력이 집권하느냐의 문제다. 노무현 후보 진영에도 우리한테 있다가 간 보수세력 있다. 나는 임기중 신뢰받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

박주현 변호사=두 아들이 모두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국군통수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겠나.

이회창=아이들을 잘 길러서 군대를 보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송구스럽다. 97년에도 이 문제로 심판 받았다. 그러나 비리는 없다. 비리 있다면 이 자리 설 수 없다. 없는 일을 있는 것처럼 만드는 정치풍토가 문제다.

남북관계

이김현숙=북한 군사문제를 해결하면서 교류를 하겠다는 공약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회창=햇볕정책하고 비교하면 확연하다. 목표는 화해다. 지금 정부와 차이 없다. 그러나 평화는 실제 평화여야 한다. 햇볕정책은 군사적 긴장완화에 무심했다. 북한은 핵을 개발했다. 안 하기로 해놓고 한 것이다.

이김=김영삼 정부 때처럼 남북 문제에서 소외당할 수 있다.

이회창=지난 5년을 보라. 안심할 수 있는 남북관계 됐나. 군사긴장 완화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다. 서해교전 두 번이나 났고, 핵 개발을 했다.

이김=남북문제는 당사자만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시작전권, 주한미군 등 군사문제 풀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회창=지금 핵개발을 하고 있는데 계속 줘야 하나. 군사문제는 정직하고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북한은 미군 철수를 얘기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푸나.

이회창=군사적 긴장 완화는 단계가 있다. 처음엔 군대위치, 훈련상황 등을 알려주고 핫라인 설치한다. 그 다음엔 전선을 뒤로 민다. 미군 문제 때문에 못할 리 없다.

정치개혁

남윤=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정치개혁이 우선이다. 국회가 정치관계법 하나도 안 고쳤다.

이회창=몇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선거법 때문에 함께 처리되지 못한 것이다. 미디어선거로 가는 것 우리가 반대했다. 직접선거 아니면 비민주적이다. 이 외에 여야가 합의한 것 많다. 나머진 여당이 반대했다.

=법과 원칙을 이미지로 내세우는데, 자신에게는 관대한 것 아닌가. 정형근 의원 체포영장을 몸으로 막았다.

이회창=내가 미흡했다. 죄송하다. 그러나 나름대로 원칙 있었다. 지킬 것은 지켰다.

경 제

=공기업 민영화와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이회창=공기업은 민영화해야 한다. 기간산업은 고려할 게 있다. 대기업이 가져가선 안된다. 발전부문 민영화하면 값이 더 오를 것이다. 의료쪽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만 필요할 경우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할 수 있다.

이김=여중생을 죽인 미군들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문제 어떻게 보나.

이회창=남북 문제에 강경하다 했는데, 그렇지 않다. 여중생 사고 안타깝다. 가해자가 없다는 식의 판결 받아들일 수 없다. 재판권 행사, 신병인도 등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을 개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개정 쪽으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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