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협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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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자녀들이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한 민법을 반드시 고쳐 부모 성을 자유롭게 따르도록 하겠다”며 “호주제도 정부입법으로 개정을 추진하되 유림을 만나 사회적 합의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또 여성부를 폐지하라는 일각의 요구와 관련, “여성부는 어린이와 가족문제까지 다루는 여성가족부 형태로 되레 확대개편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노 후보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은방희)가 15일 연 세 번째 대선후보 초청 여성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여성 일자리 50만개 창출 ▲국가가 보육료 절반 지원 ▲여성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할당제 확대 실시 등 70여개 여성관련 공약을 내놨다.

노 후보는 “호주제를 언제 어떻게 폐지하겠다는 것인지 정확히 답하라”는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의 질문을 받고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해 유림과 국회의원들을 꾸준히 만나겠다”고 답했다.

예산은 대통령 가치관이 좌우

노 후보는 또 공약을 지키려면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이화숙 여성중앙회장)는 지적에 대해 “참 중요한 문제인데, 사실 곤란을 느끼는 부분”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의지가 있으면 예산은 따라오게 돼 있으며, 국민의 정부 들어 사회복지 부문 예산이 과거보다 3배가 늘어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최근의 취업난과 관련, “일하고 싶어하는 여성 120만명 가운데 우선 50만명에게 전문직, 정보통신 등 분야에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보육비용 등 모두 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정관계 진출 확대방안에 대해 노 후보는 “가장 중요한 건 선거제도”라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지역(30%), 전국구(50%) 비율을 정해 놓으면 여성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특히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정치적 혁명이 일어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여성들은 존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여성기업인종합지원센터 관련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장복심 여약사회장)는 질문에 대해선 “국회 상황을 잘 모르는 상황임을 이해해달라”며 “사업주가 여성인 기업뿐만 아니라 여성을 많이 고용하는 기업 등 여성친화적인 기업들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대선거구제 전격 도입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출산 기피현상에 대해 노 후보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보육부담을 사회가 덜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기초출산수당제도를 도입하고, 출산육아휴가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불법 낙태를 강력히 규제해 성비불균형, 출산율 저하 문제를 푸는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선되면 ‘정치혁명’ 일어날 것

노 후보는 또 ▲간병인 직업화(김의숙 간호협회장) ▲영양사 의무 고용(양일선 영양사협회장) 질문을 받고 “전문직종으로서 간호사는 의사 보조역 외에 간병인 등으로의 직업적 독립이 필요하며, 가정방문 간호제도 등 보완이 필요”하고, “무분별 규제완화로 없어진 영양사 의무고용제도는 다시 부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노 후보가 미리 준비한 여성정책을 발표한 뒤,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의 질문을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일반 회원들은 질문자의 질문이 너무 긴데다 뻔한 얘기들이어서 ‘쌍방향 토론회가 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나는 여성계가 알아주는 여성주의자”

노 후보는 이런 ‘딱딱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특유의 유머로 주변을 웃겨 박수를 받았다. 토론회 초반 노 후보는 “부산 변호사 시절, 저명한 여성단체들이 나를 상담변호사로 찍은 일이 있을 만큼 친여성적이다”라고 운을 뗀 뒤, “당에서 최고위원을 할 때는 여성국 사람들이 날 가장 먼저 찾았다”, “나는 아이들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이젠 낳는 것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등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노 후보는 이날 “내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한나라당은 뿔뿔이 흩어지고 이른바 양지족들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책임총리제 등 정치판을 완전히 새로 짜는 정치 대혁명을 이끌겠다”고 뼈있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엔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과 민주당 신낙균 선대위원장, 이미경 의원 등 여성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노무현 후보 기조연설

국가경쟁력은 여성한테서 나온다. 아이 기르는 걸 국가가 책임지겠다. 보육료 50%를 국가가 부담하는 식이다. 장애아와 영아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육아휴직급여를 임금의 40%로 늘려 직장·가정 양립지원제도를 정착시키겠다.

여성 일자리 50만개를 새로 만들겠다. 고용평등 우수기업은 세제혜택과 인센티브 지원을 받는다. 여성이 맘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 성폭력과 관련,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고 국무총리 아래 성매매방지종합대책기구를 두겠다. 피해자는 보호하고, 가해자는 교정·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이건 새로운 접근법이다. 친고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모성보호는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

여성의 정관계 진출을 위해 모든 선출직 의원은 지역구 30%, 비례대표 50% 할당제를 도입하겠다. 공무원 여성관리자 임용목표제를 도입해 비율을 20%로 올리겠다. 고위직 공무원 가운데 차관 자리가 문제다. 어렵더라도 외부 여성인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고민하겠다.

여성부의 역할과 위상은 강화돼야 한다. 관련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제를 확대하고 중앙과 지방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물론 양성평등 관점에서다. 아동학대 방지, 5세 이상 무상교육 일반화 등 특히 보육관련 정책을 유심히 봐달라. 반드시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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