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여성월간지 '글로리아 GLORIA' 최근호는 대사 부인이기도

한 루스 골드웨이의 기고를 통해 핀란드에 주재하는 여성외교관들의

네트워크 움직임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만 10명의 여성대사가 있는데,

이는 헬싱키에 주재하는 외교관 총수의 거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숫

자다. 전체적으론 공인된 여성대사의 수는 22명으로 이는 여권신장국

인 스웨덴(15), 덴마크(15), 노르웨이(3)를 훨씬 앞선 수다. 핀란드

의 외무장관인 타자 할로넨 역시 여성인데, 그는 미국의 국무장관 울

브라이트에 상응하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핀란드 자체에선

총 67명의 대사 중 여성대사를 단지 2명만 임명한 상태다. 이는 외국

대사들중 여성대사의 수가 총 1백64명 중 28명인 미국, 25명 중 5명

인 라트비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할로넨 외무장관은 지난 겨울 핀란드의 여성국회의원들과의 비공식

만찬에 이들 여성대사들을 초청, 여성외교권의 중심지로서 핀란드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이 바로 핀란드 주재 여성외교관들 사이

에 최초의 네트워크 형성 움직임인 셈인데, 이후 지난 봄 그 후속모

임이라 할 수 있는 회합이 한국의 이인호 대사에 의해 개최돼 새삼

시선을 끌고 있다. 이대사는 한국 최초의 여성대사로 기록되는 인물.

필자는 이 모임에 참석해 이들 여성대사들의 삶과 일을 취재했다. 그

는 이를 통해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지배하는 외교의 세계에서 여성들

의 성공비결을 외교생활에서의 의무와 책임, 직책에서 오는 특권이

명확해서 직무를 잘 수행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그럼으로써 승진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꼽았다.

캐나다 대사인 이사벨 매십은 파키스탄 주재시 캐나다 고위관료들이

방문했을 때 파키스탄 외무장관이 매십대사가 여성관련 문제에만 관

여할 것을 바란다는 말을 듣고 다소 걱정했지만, 이 문제에 관한 그

의 질문에 대해서 파키스탄 관료들은 오히려 “물론 당신은 여성이

아닌 관료 아닙니까!”란 말만 했을 뿐이다. 이처럼 업무수행에 있어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경험한 인사는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여성들

의 처우는 자신의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로 결정되는 성향이 짙다. 여

성들을 은연중 열등하다고 느끼는 태도는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지만,

자기확신적인 태도는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짧은 시간 내에 부단히

다른 ?? 언어, 기후 등에 적응해야 되고 그래서 자녀를 동반한다

할지라도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즐길 수 없는 힘든 외교관의 생활 중

에도 이들 여성대사들은 하나같이 강한 자기확신과 신뢰감을 내비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 중 장기휴가를 낸 남편과 동행한 덴마크

대사와 핀란드의 저널리스트와 결혼한 라트비아 대사를 제외하곤 그

들의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가족을 고국에 남겨두고 떠나왔거나, 남

편을 사별했거나 이혼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핀란드는 여권신장국이기에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 많이 진출해

있고, 특히 여성정치인의 외무성 접근이 용이하기에 핀란드 주재 각

국 여성대사들의 활동이 폭도 넓고 순조로운 편이다. 그러나 이런 그

들에게도 여성 공통의 문제에선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그것

은 바로 여성에게 기대되는 가사일. 가령 외부인사를 초청할 경우,

여성대사들은 자신이 안주인과 바깥주인 양 역할- 누구를 초청하고

어떤 화젯거리로 만찬을 진행시키느냐는 다소 정치적 결정부터 메뉴

와 상차림에 이르기까지-을 다 해야함을 절감하는 것이다.

한국의 이인호 대사의 경우, 때론 자신이 직접 찬거리 쇼핑을 할 정

도다. 이때 만찬 보조진행비는 대사인 남편을 돕는 아내에게만 한정

되어, 이대사처럼 독신여성일 경우 보조진행비 없이 자신이 직접 해

결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대사는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리라고

기대한다. 덴마크의 마리- 루이즈 오버래드 대사도 만찬이 있을시 퇴

근길에 꽃을 사고 식탁보를 무엇으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에서

아직까지 놓여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

한편, 애나 지거 라트비아 대사는 자신의 대사 관저에 창조적이고

유연한 업무 분위기를 조성해 주목을 끌고 있다. 만찬 준비시 공동보

조를 취하는 스태프를 결성했던 것. 이사벨 매십 캐나다 대사는 공식

모임 못지않게 민간단체들을 만찬에 초청하는 것을 중시, 자신의 사

적인 식사시간을 쪼개서 국제여성클럽, 핀란드 기업인, 각국 외교관

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부인 모임 등의 회원들과 즐겨 정찬과 환담을

나눈다. 여성대사들에겐 복장문제도 미묘한 골칫거리다. 문서로 분

명히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엄격한 규칙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개성적 스타일보다는 차분하고 잔잔한 색상에 어떤 경우에라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중성적 옷차림이어야 한다는 것. 무난한 선택은

정장 차림인데, 이때는 바지정장 보다는 절대적으로 무릎 아래 길이

의 스커트정장이 유리하다. 또 노출이 적으면 적을수록 안전하다.

어떤 여성대사는 여성대사들의 복장에 대한 언론의 과잉반응에 대해

“여성현실(facts) 보다는 여성용 모자(hats)에 더 관심이 많다.”고

꼬집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상황 탓에 여성대사들은 될 수 있으면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옷차림으로 업무에 임하느라 신경을 쓰기도 한

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펫로넬라 마가레타 루후리마 대

사나 인도의 캄레쉬 쿠마 대사는 공식석상에서 휘황찬란한 색상의 전

통의상을 입는다. 그래도 이런 그들의 옷차림은 자국의 대표성으로

받아들여지지 지나친 여성성이나 서구문화 속에서의 이질감으로는 인

식되지 않고 있다.

'발췌·번역= 박이 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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