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jpg

“자식 셋을 먹여 살리려고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저를 노예로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지난달 28일 일하던 회사의 강제출국 조치에 맞서 알몸시위를 벌였던 중국 여성노동자들에게 ‘꿈은 이뤄진다’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지옥’에 다름 아니었다.

(주)BH기업에서 외국인 산업연수생으로 2년 동안 일했던 8명의 중국 여성노동자들은 “회사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더 이상 참지 못해 진정서를 냈는데 회사측이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강제출국시키려 한 것”이라며 “새벽에 회사직원들이 기숙사로 들이닥쳐 끌어내려고 하자 죽어서라도 이 비참한 현실을 알리고 싶어 4층에서 뛰어 내릴려고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2년동안 한국에 살았으면서도 간단한 한국말조차 하지 못한다.

외출허가증을 끊어야만 외출이 가능했고 회사도장을 찍어야만 통장에서 돈을 찾아 쓸 수 있었던 2년의 세월은 중국노동자들을 ‘감옥속의 이방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

그들중 맏언니 격인 W모씨(38)는 “한국에 와서 일하는 동안 몸무게가 12㎏이나 빠져 아이들이 못 알아볼까봐 걱정”이라며 “여권을 빼앗아 발을 묶었고 급여를 강제로 적립하게 만들어 돈을 뺏고 쉬는 시간을 주지 않아 건강을 잃게 만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8명중 5명이 결혼한 주부로 아이들에게 과자라도 사들고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희망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36만여원뿐.

안산외국인 노동자센터 박천응 소장은 “BH기업측은 99년부터 모든 외국인연수생에게 적용하도록 돼 있는 최저임금(현행 51만원)을 연수생들에게 지급하지 않아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며 “6시 이후 공장문을 닫아 출입을 제한하고 지난해 기숙사 문을 잠궈 감금한 행위와 강제출국 기도에 대해서는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소장은 “외국인연수생은 투자 합작한 현지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고 와야 한다”며 “하지만 BH기업측은 타 업체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 출입국관리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8명의 중국 여성노동자들은 현재 회사로부터 여권을 받지 못한 상태. 더구나 이들을 제외하고도 30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일이 출국예정일이었던 이들이 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한 이유는 남아있는 동료들이나마 최저임금의 ‘인간다운 대우’를 받길 원했기 때문이다.

“기숙사에 들이닥친 직원들에 저항하느라 온몸으로 투항해야 했던 기억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우를 받느니 차라리 죽더라도 이 비참함을 알리고 정당한 임금을 받겠다는 그 절실함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2년 동안 여행 한 번 못 떠나고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명절 한번 쇠어 보지 못한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픔을 알려 정당한 대우를 받기를 원하면서도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만은 이 상황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다.

세 자녀를 둔 H모씨(30)는 “고국에 있는 가족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울 뿐이다”라고 말하며 “내가 받았던 상처를 가족들이 알게 되면 나보다 더 아파할 것이다”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박 소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적은 임금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려다 보니 다른 회사로 이탈할까봐 감금과 강제로 급여적금을 하는 악순환이 관행화 됐다는 것”이라며 “D기업 등 다른 업체 세 곳도 같은 사례가 있으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회사측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어 아예 접촉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말 한마디에도 통역이 필요했던 이들은 비행기가 날아가는 손모양을 하면서 “가요, 가”를 연신 외쳤다. 대한민국 외국인 노동자 인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모습이었다.

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