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꿈의 방송’이라 불리는 디지털 방송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다.

국내 방송 3사는 지난해 말 디지털 지상파 시험방송을 실시한데 이어 올해 본방송을 시작하면서 수도권 지역에 대한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지었다. 정부는 2003년 광역시, 2005년에는 전국 시·군단위까지 디지털 전환을 끝내고 올해부터 5년간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시방송을 실시하다가 2010년쯤엔 아날로그 방송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야흐로 디지털 멀티미디어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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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방송을 위한 관악산 송신기.

디지털 방송시대가 본격화되면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특히 TV와 가까운 여성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까.

이미 TV는 오락 기능을 넘어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들어와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디지털시대에 TV는 상상조차 어려운 다양한 기능으로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파격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실제보다 더 선명한 화면과 실감나는 음질은 가장 널리 알려진 디지털TV의 특성이다. 또한 디지털TV의 데이터방송은 ‘쌍방향 통신’을 가능하게 해준다. 즉 TV를 통해 컴퓨터보다 더 간편하고 빠르게 인터넷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령 TV로 스포츠중계를 보다가 선수에 대한 정보나 경기장 정보, 날씨 정보 등 원하는 정보를 선택해 자세한 자료를 얻을 수 있고, 드라마를 보다가 맘에 드는 옷이나 물건을 즉석에서 홈쇼핑으로 구입할 수도 있으며 식당 등을 예약할 수도 있다. 홈뱅킹이나 증권거래, 게임 등의 부가서비스는 물론이다.

이렇게 된다면 가정에서 정보 소외계층으로 남아있는 여성들의 정보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며 소득수준에 따른 여성들간 정보격차도 완화될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남인순 사무총장은 “디지털TV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여성 정보화와 인력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따라서 여성들은 디지털TV의 콘텐츠가 여성의 교육과 정보 욕구를 반영하고 성인지적 관점을 견지하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방송의 또다른 매력적 특성은 이동수신이 TV를 통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PDA나 노트북, 이동전화를 통한 TV 수신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방송의 이동수신은 통신의 이동서비스와는 달리 광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양질의 실시간 정보를 무료로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을 갖는다.

또한 영상 화질과 데이터 용량의 크기는 이동통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비교가 안된다. 특히 디지털 가전제품간의 홈네트워크를 통해 직장이나 이동중에도 가사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여성이나 맞벌이 부부들에게 더욱 반가운 기능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정부가 디지털TV 방송 방식의 표준으로 채택한 미국식으로는 이런 이동수신 기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방송계와 대다수 전문가들은 디지털TV의 미국식 방식에 대해 부정적이다.

김광호교수(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는 “디지털TV의 기술표준을 선정할 때 디지털TV의 기술적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것으로 해야하는데 정보통신부는 고화질·고음질만 내세우며 이동수신이라든지 쌍방향통신을 위한 콘텐츠 개발을 간과하고 있다”며 “정부의 디지털방송정책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도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미국식·유럽식 전송방식이 여성과 가정생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후 여성의 입장에서 어떤 전송방식이 적합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디지털방송정책을 비판했다.

서울YMCA가 지난 3월 전문가 1백명과 시청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정부의 디지털방송정책은 어느 쪽에서도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의 65.7%가 정부의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 일정과 계획이 비현실적이고 문제가 많다고 판단하고 있었으며 정부의 전송방식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89.2%로 압도적이었다. 일반 시청자들의 경우에는 디지털 방송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매우 낮았다. 정부의 디지털방송정책에 대해 남성은 60.8%, 여성은 66.3%가 모른다고 응답해 일반 시청자들은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정부의 디지털정책에 수동적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는 지난 1997년 디지털TV의 표준방식으로 미국식을 선정한 후 일방적으로 디지털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부는 “미국방식은 작은 출력과 시설투자로 넓은 지역에 서비스가 가능하며 약한 신호에도 수신이 가능해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지형에 유리한 방식이며 L전자가 미국식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산업이나 수출증진에도 유리한 방식”이라는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당시 비교시험을 실시한 후 결정하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정통부는 이를 일축했다. 이에 대해 박병완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은 “어떤 사람이 차를 사는데 팜플렛만 보고 산다면 어리석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디지털TV는 말할 나위가 없죠.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최소한 60조원이 걸린 국가사업인데 말이예요.”라며 정부의 경솔함과 탁상행정을 답답해했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방송노조와 방송기술인연합회를 비롯해 YMCA, 참여연대 등 40여개 시민사회와 여성단체들은 지난 8월 21일 ‘디지털TV 방송방식 변경을 위한 소비자운동’(이하 소비자운동)을 결성하고 디지털방송 미국식 결정을 연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소비자운동은 각 정당과 대통령 후보에게 10월 말까지 지상파 디지털방송정책에 대한 공약 공개를 비롯해 ▲국회에 지상파 디지털 방송정책 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미국방식의 문제점에 대한 정보 공개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정통부는 “방송방식에 대한 재검토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디지털TV는 ‘꿈의 방송’이 아니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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