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관망·개인신용 관리에 신경 써야

세계 경기 흐름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디플레이션 현상이 일본에서 출발해 독일, 미국에까지 번질 조짐을 보인다고도 한다. 인플레이션은 숱하게 겪어봤지만 디플레이션은 낯설다. 더구나 우린 여전히 인플레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증권시장에 들어왔던 외국투자자들의 매도물량이 는다는 소문만 나도 증시는 몸살을 앓는다. 앞으로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현실화되면 또 어떻게되는 건지도 헷갈리기만 하다. 최근의 경기 동향과 향후 전망을 살펴보면서 불황기 대비 재테크 전략을 짜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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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불안하다. 정부의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와 부동산 가격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 이뿐인가. 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더블 딥(이중침체)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개인도 불안하다. 지난 9월 26일 한국은행은 개인부문이 17년만에 처음으로 1조4천억원의 자금부족을 기록했으며 가계 부채도 410조2천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주된 경기 불안 요인

경기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이 지목된다. 가격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투기자본에 의해 형성된 거품현상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거품은 그만큼 단시간에 푹 꺼질 가능성이 크고 가격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개인들이 팔지도 못하고 대출도 못갚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아파트 가격은 강남 56%, 강북 지역 33%, 6대 광역시 역시 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만 정부가 4차례나 주택시장 안정책을 실시했지만 아직은 그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지난 9월 25일‘주택가격 급등의 영향과 대책’ 보고서에서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은 공급을 위축시켜 오히려 타 지역으로까지 투기가 전이되게 할 정도로 미흡한 측면이 많다”며 “가격이 급등한 다음 시장 안정책이 뒤늦게 시행된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택가격 상승은 임금·지가 상승,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쳐 인플레를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주택거래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등 투기·불법거래를 엄격하게 차단하고 소폭의 금리 인상을 통해 가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금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1999년 10%에 머물렀던 가계대출금리가 지난 8월 7.17%까지 떨어졌고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경우 6.73%대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대출금리의 지속적인 하락은 부동산 투자 심리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낳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이번 달에 올 들어 가장 많은 4만4천514 가구의 새 아파트가 분양을 앞두고 있어 부동산 투자를 위한 가계대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계 대출의 증가로 가계의 신용도가 대폭 하락했다. 한국은행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대출이 지난해 4분기보다 5조2천7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8월 이후 주택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은 급속하게 늘어 9월 한달에만 6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은행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410조2천억원을 보여 지난해 6월보다 92조원이 늘었다. 한국은행은 “8월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의 51%가 가구 당 약 5천만원의 대출을 받고 있으며 이는 가구 당 연간 소득의 약 1.5배 수준”이라며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제거되면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한 차입금 상환 부담 증대로 대규모 개인파산 및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안정적인 투자가 최우선

가격거품이 빠지고 부동산 가격이 대폭 하락하게 될 때 금융기관은 당장 차입금 환수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증시 불안과 은행금리 하락으로 투자처를 잃은 돈들이 부동산으로 몰렸다. 당연히 아파트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이럴 때 금융기관들은 저마다 주택, 특히 아파트 담보대출에 열을 내왔다. 대출이 쉬워지면서 많은 가정이 큰 빚을 내가면서까지 아파트를 구입해왔다. 이런 판국에 부동산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지며 팔리지도 않고 은행으로부터 돈갚으라고 재촉이라도 받는다면... 개인 신용 대란설이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재테크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높은 이럴 때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일단 버리라고 조언한다.

투기를 위한 부동산 구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 팀장은 “정부의 주택 안정화 대책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는 모험과 다를 바 없다”며 “11월 즈음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있다면 안정과 수익을 겸비한 저축·뮤추얼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우리은행 김인응 재테크 팀장도 “수천만원대의 여유 돈이 있는 경우라해도 다른데 눈 돌릴 것 없이 분할투자를 시도해 보라”고 제시했다. 이에 반해 부동산경제연구소 정광영 소장은 “금리 인상이나 정부의 안정화 대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적금을 붓는다는 생각으로 부동산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가격의 오름세는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자금이 허락한다면 지금 사두는 것이 유리다는 견해다.

주식투자도 좀 더 두고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박사는 “현재 주식 시장이 불투명하지만 연말에는 주가가 조금씩 상승, 내년 초에는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며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숨고르기를 시도하고 새로 주식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내년 초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충고한다. 이처럼 현재 투자에 대한 관망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가 안정화 기조를 타면서 5∼6%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용카드 제대로 사용하기

가계신용은 신용카드의 사용과도 밀접하다. 현재 개인 신용불랑자는 경제활동인구 10명당 1명 꼴인 240만명에 달한다. 최근 국내 카드회사들이 연이어 사용 한도를 낮추고 있는 것도 돌려막기로 카드 연체를 막아보려는 임시방편식 해결을 시도하다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개인 신용불량자 증가를 막기 위해서다.

최근 시티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개인재정관리캠페인은 개인 신용불량자들의 양산을 줄여보겠다는 금융권의 모범적인 행동이라 할 만하다. 캠페인 출발에 앞서 시티은행은 지난 8월 이화여대 금융아카데미와 함께 서울지역 25∼55세 남녀 334명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와 사용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응답자들은 지출에서 대출·신용카드가 21.4%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신용카드의 이자율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76%에 달해 많은 소비자들의 금융소비가 무계획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양희동 교수는 “소비자들이 체계적으로 자신의 금융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금융 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시티은행은 ‘개인재정관리 전략시리즈’를 제작, 홈페이지(www.citibank.co.kr)를 통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가 시행하고 있는 개인워크아웃 제도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이 제도에 따르면 채무자들은 채무액의 3분의 1이내에서 최대 3억원까지 변제받을 수 있다.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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