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전부터 동네 주민회관에서 주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요가 모임에 깍두기(비회원)로 참여를 하고 있다.(아직 주부가 아니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은 처음 요가를 다닌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과 지금의 달라진 반응이다.

5개월 전, 그러니까 막 요가 붐이 불듯 말듯 할 때 주변 사람들 반응은 “그거 다리를 머리 위로 올리거나 공중부양하는 거 아냐? 뭐 그렇게 유별난 운동을 하냐?”였다.

여성들의 요가에 대해 텔레비전 코너에서 보긴 했지만 내가 하기엔 좀 그런 운동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주변 사람들은 “그거 해보니까 어때? 정말 몸이 부드러워지는 거 같아?”하며 관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제 요가는 매스컴을 통한 열광은 아니더라도 실제로 체험을 한 여성들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그 유용성이 전해지고 있다. 몸매를 가꾸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성 몸의 기와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여성 체형의 맞춤형 운동이라고 말이다.

다른 운동에 비해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는 않지만 아직 가르쳐주는 곳이 많지 않은 요가가 퍼지는 데는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는 여성들의 자발적이고 꾸준한 움직임이 있어야 했다.

여성을 위하는, 혹은 전적으로 여성에 의해 주도되는 운동은 곧잘 비웃음을 산다. 어느 동네에나 있는 에어로빅을 생각해 보라. 집에서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던 주부들이 모여 활기찬 음악을 들으며 경쾌하고 파워풀한 동작을 하는 운동인 에어로빅은 개그맨이나 장기자랑 코너에 나온 연예인들에 의해 우스꽝스러운 동작과 타이즈, 현란한 에어로빅복으로만 부각되곤 한다.

요가는 처음부터 묘기부리는 것 같은 동작으로 알려졌고 그렇게 인식됐다. 물론 에어로빅과 다른 경우일 수 있었던 것은 처음 사람들에게 요가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 ‘예쁘고 날씬한’ 요가 강사와 특별하지 않은 복장, 정적인 음악이 지극히 여성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전형적인 아줌마스러움이 아닌)

그러나 요가는 사실 얌전하게 소극적으로 여성스러움을 기르는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내적으로 막혀있던 기를 뚫어주기 위해 큰 소리로 고함을 내질러야 하고 빠름과 느림을 반복적으로 행하며 온 몸을 늘여야 한다.

요가는 기본적으로 스트레칭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에 바탕을 둔다. 또한 평생 신체의 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주부들을 위한 동작들이 많기 때문에 주부들이 요가의 매력에 빠지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주부가 아니어도 좋다. 그것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비회원인 나 역시도 팔과 다리를 자극하며 누워 있노라면 어제까지 고민하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요동을 잠시 정지시킨다.

여성들은 왜 요가에 열중할까. 그것은 요가야말로 여성의 몸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20대 여성부터 50대 여성까지 변화하는 여성의 몸을 유동적으로 인식해서 그것을 어떻게 보호하고 상한 곳을 어떻게 재생시킬까 끊임없이 연구한다.

요가의 동작들은 갑자기 격한 운동으로 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하게 신체의 구석구석을 깨워 몸을 부드럽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요가는 그야말로 여성주의적 마인드를 가진 운동이다.

제대로 요가를 가르치는 분들은 말한다. “요가를 통해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똥배를 없애는 것 같은 몸매 가꾸기가 아니라 평소 움직임이 적은 곳들에 대해 작지만 반복적인 자극을 함으로써 깨우는 것”이라고. 덧붙여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이 다듬어지고 영혼이 튼튼해지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자매와 함께 요가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 어떨까.

이석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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