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청소년들, 양심없는 성인문화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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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쭉쭉빵빵한 아이들이 상습적으로 당신들 같은 어른들을 상대할까요? 당신들이 좋아서? 그게 아니라는 건 당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돈이 없어서 길거리를 헤매면서 눈물을 흘려보셨습니까? 갈 곳이 없어서 자신의 몸 하나 누이지 못하고 추위에 밤새도록 떨어보셨습니까?”(이미애·18)

청소년 성매매의 책임을 피해자인 청소년에게 돌리는 사회에 대해 피해청소년들이 직접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9월 26일 창원여성의집과 한국여성의집이 주최한 ‘청소녀 인권지킴을 위한 대화의 장’에서 성매매 피해청소년 10명이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결국 나는 자포자기했던 것이다. 우리들이 원조교제나 유흥으로 빠지는 것은 어른들에게 버림받거나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조교제를 하며 자신의 몸을 생각지도 않는… 임신까지 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점점 더 비뚤어지겠지. 어른들은 과연 그 생각을 할까? 물론 안 한다. 단지 하룻밤의 상대일 뿐이니까.”(갑순이·18)

“이런 상황을 만든 여러 사람들과 부모들은 정작 아무 깨우침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사회 속에서 정작 우리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알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어른들은 원조교제를 하면서 우리들을 데리고 노는 장난감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 사고방식부터 바꾸었으면 한다.”(김정숙·17)

청소년들은 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 갈 곳이 없는 상황에 처한 자신들을 ‘장난감’으로 삼은 성인들의 문화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성매매가 남긴 상처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 것인지를 호소했다.

조현순 창원여성의집 관장은 “이 아이들은 여성이고 나이가 어리며 투표권이 없고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처해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반대한다는 것은 사회가 어른들 편에 서서 범죄행위를 정상화시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이 여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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