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존 위한 다양한 실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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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덕수궁에서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 주최로 열린 북한이탈여성을 위한 ‘팔월한가위 잔치’

현재 남한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2천500여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은 통일 이후 남과 북이 어떻게 어울려 살 수 있을지 가늠하게 하는 소중한 리트머스 실험지다. 북한이탈주민들의 남한사회 적응문제는 체제와 문화와 가치관이 현격하게 차이 나는 두 사회를 하나의 의식과 가치관 속에 통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남한 내로 들어오는 북한이탈 주민의 수는 1994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8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북한의 식량난이 95년 대홍수 이후 더욱 악화된 것과 연관이 있다. 또한 단독 입국의 형태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94년 이후부터 입국자들의 절반 이상이 가족형태로 들어오고 있다. 이런 가족단위 입국 증가로 인해 여성의 수(46%)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노령자·청소년의 입국비율도 늘어났다.

현행제도에 따라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 주민들은 정착지원 수용시설인 ‘하나원’에서 2∼3개월 정도 사회적응 교육을 받게 된다. 하나원은 북한이탈 주민의 초기 사회정착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증가로 교육과정을 3개월에서 2개월로 줄였다.

남한에서 시작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새로운 삶은 어떨까. 하나원에서 교육과정을 마친 북한이탈 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남한사회 적응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남한사회에서 겪는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 자립이었다. 사회·문화적 차이와 언어문제 또한 이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예를 들면 컴퓨터를 전혀 다룰 줄 모른다든가 일상생활에서 혼용되는 영어단어를 모르는 것 등이다. 특히 북한 사회주의 내에 유교적 가부장제의 뿌리가 단단히 박혀있는 탓에 북한 남성들은 가부장적인 태도나 의식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고 남한에 와서도 그같은 의식이 쉽게 바뀌지 않아 부부간의 갈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몇몇 민간단체와 교회가 북한이탈 주민들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수행해왔다. 특히 YWCA는 북한이탈 여성을 대상으로 취업설명회와 직업훈련을 하고 있고 최근 북한이탈 주민을 위한 상담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이하 평화여성회)도 남북한 여성의 대화모임을 9차례에 걸쳐 시행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대화모임은 이후 ‘진달래와무궁화’라는 남북한 여성들의 모임 결성으로 이어졌다. 평화여성회측은 이 모임이 남과 북 여성들간의 대화를 통해 “ 서로가 어떻게 다른가를 확인하고 이 차이를 넘어서서 어떻게 서로의 간격을 좁힐 수 있을까”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과정은 통일 이후 남북이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모델 개발을 위한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으며, 북측 여성들 내에서 통합사회를 위한 지도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안의 북한이탈주민 문제는 통일을 위한 첫 투자로서 정부와 민간단체와 우리사회가 힘을 합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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