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연구원 ‘탈북자 문제’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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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고 있는 북한난민여성. <사진 제공·좋은벗들>

국내외적으로 북한난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학계에서도 북한난민여성과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여성 인권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여성연구원은 9월 25일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 ‘탈북자 문제의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여성학 특강을 열었다.

중국, 몽고, 러시아 그리고 동남아 지역에 있는 북한주민들의 수는 10만∼3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남북한 정세 뿐 아니라 주변 여러 국가의 상황과 연관돼 국제사회의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에서 북한난민을 지원하고 있는 단체 실무자들은 북한난민 가운데서도 특히 ‘여성’의 인권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힌다.

이번 여성학 특강에선 강순화 중국 연변대학 여성연구중심 연구원이 중국 내 북한사람들과 북한에 주재한 중국기업인과의 인터뷰, 그리고 탈북자 대상 조사자료 등을 토대로 탈북자들의 북한, 중국, 남한에서의 생활실태를 각각 보고했다. 강순화 연구원은 특히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난민여성과 아동들의 생활상을 집중적으로 논했다.

강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북한여성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구사일생의 모험을 벌인 것이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기만 해도 북한난민에 대해선 조선족 사회가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담당했지만 점차 인식이 변화되기 시작해 북한난민들은 더 이상 은신처와 일자리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난민여성들 대부분이 조선족이나 한족 농촌총각이나 홀아비들과 동거해서 살 자리를 얻거나 도심지역 노래방과 안마방, 목욕탕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기차역에서 “밤꽃 안 사시겠습니까?”라며 남성들에게 다가가는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심지어 국수 1kg과 몸을 바꾸는 여성들이 수두룩하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1999년부터 흑룡강신문 등 매체에 수십 명의 북한여성을 팔아 넘긴 범죄자들이 적발, 그 행태가 폭로됐는데 인신매매는 현재 탈북자 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여성들은 불법체류라는 약점 때문에 먼 관내로 2천∼5천(30만∼80만)원에 팔려 가는 신세가 되고 있으며 도시지역 유흥업소 종사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농촌으로 시집을 가는 경우도 실상은 전문적으로 여성을 건네 오는 사람들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하는 것이다.

수사에 걸려 언제 송환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경제력을 조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불안감, 팔려가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 억울함과 수치감, 그리고 두고 온 친인들에 대한 근심 등으로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여성들은 참혹한 삶을 살고 있다.

한편 북한과 중국 연변 등지에 몰려들어 유리걸식하는 10대 청소년들을 일명 ‘꽃제비’라 하는데 이들에게는 우두머리가 있어 그의 관리하에 밖에서 얻거나 훔친 물건과 돈을 바친 후 다시 타서 쓰는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꽃제비’들은 밤이면 정거장이나 병원 혹은 주민구역의 창고 옆에 붙어 자고 낮이면 시장이나 상점, 식당을 쏘다니면서 먹을 것을 빌고 도둑질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하는데 이들은 중국 내 각종 절도사건과 관계돼 있어 사회의 불안전 요소로 꼽히며 전혀 안정된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실태보고에 이어 강순화 연구원은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지원네트워크를 수립해 탈북자 문제의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북한 자체의 해결노력과 조선반도 남북의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통해 정상적인 왕래가 실현될 때만이 탈북자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연구원의 박진숙 연구원은 “탈북자 문제는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 외에도 성불평등의 고리가 깊다”며 “여성학에서도 탈북여성 문제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북한여성 인권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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