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이민자들 집에서도 영어 써라!

영국 내상(內相) 데이빗 블렁켓(David Blunkett)이 쓴 한 에세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블레어 정부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외교정책센터가 9월 16일 출판한 <영국적인 것을 되찾기 (Reclaiming Britishness)>라는 책에 블렁켓 내상은 ‘아시아 이민자들이 각 가정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면 더 다양한 현대문화에 동참할 수 있고 세대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정신분열증 같은 증세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새로 영국에 온 이민자들이 영어를 쓰지 못한다면 좋은 직장을 가지지 못하거나 다양한 사회논쟁에 참여할 수 없다. 이미 영국에 오랫동안 정착한 이민자들에게 영어 사용은 곧 교육, 주택, 직장 같은 사회 계층의 문제에 관한 것이며 인종차별주의에 맞서 싸우는 것과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블렁켓은 아시아 이민가정의 30% 정도가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아시아는 종종 예전 식민지였던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를 가리킬 때가 많다. 실제로 영국내 아시아 이민자들의 대부분은 이 지역 출신이다.

내무성 대변인은 즉각 “블렁켓 내상은 그가 쓴 에세이에서 (영국 내 다양한 문화의) ‘통합’에 대해 논의한 것이지 사람들에게 각자의 가정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블렁켓 내상이 이민자 사회에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작년 올드햄(Oldham)과 번레이(Burnley) 지역에서 일어난 백인과 아시아 인종간의 폭동 직후 내상은 다음 이민자들에게는 영국인 귀화시험(British Test) 같은 것을 치게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이와 같은 시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적, 이민 그리고 망명에 관한 법안’에 소개될 예정이며 한 자문그룹에서 논의 중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블렁켓은 아시아 이민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는 중매결혼 전통에 대해 비판하면서 아시아 이민사회를 흔들어 놓았다. 얼마 전에는 독일에서 온 아프카니스탄 출신 망명자 가족을 강제적으로 다시 독일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영국 경찰은 망명자 가족들이 은신하고 있던 이슬람 교회를 무력을 동원해 침입했다.

전반적으로 내상의 영어사용에 대한 주장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에게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당내 상임집행위원회 아시아계 회원 샤히드 마리크(Shahid Malik)는 블렁켓 내상이 영국 내 아시아인들에게 전통과 풍습을 명령하고 있다며 신랄히 비판했다. 무슬림 뉴스(The Muslim News) 편집장인 아메드 버시(Ahmed Versi)는 내상이 특별히 아시아인을 상대로 모욕을 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영국에 있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집에서 모국어를 쓰는 이유는 우선 학교에서는 이를 배울 수 없고 아이들에게 부모와 조부모와 대화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TV뉴스 인터뷰에 나온 대부분의 아시아 이민자들은 자신들이 모국어를 잊지 않고 사용함으로써 세대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영국사회에 더 많은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나라의 내상이 국가 내 이민자 가정의 언어 문제까지 관여하는 것은 여전히 오만한 식민주의 잔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국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찬란한 대영제국의 역사로 인해 영국사회와 문화가 더 다양해졌다는 말은 단지 말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9월 16일 인디펜던트지(The Independent) 참조

이주영 영국통신원, 영국 에섹스 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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