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네트워킹

성 역할의 경계 없이 상호공조 체제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여성들은 관계 변화에 능동적이다. 선배로부터 배우고, 동료·후배들에게 배우고 같은 여성들과도 연대를 돈독히 해 나간다. 네트워킹, 이것이야말로 여성의 지위 변화에 가속도를 붙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지난 12일 전문직여성클럽(BPW) 한국연맹(회장 조금자)은 서울시 의회 별관에서 <네트워킹을 통한 전문직 여성의 경력개발>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네트워킹이 우리 여성들에게 강력한 파워로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그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강연을 맡았던 덕성여대 정희선 교수와 지정토론자로 나왔던 추영빈 경위, 이센스 아카데미 전영순 원장, 우리음식문화연구소 김수진 소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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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이인실 변리사, 전영순 원장, 김영순 이사, 김수진 소장, 정희선 교수, 추영빈 경위.<사진·이기태>

‘여자 셋이 모이면 사기 그릇이 깨진다?’

여성들의 연대에 은근히 좌불안석인 남성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간간히 내던지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여성들도 이에 관한 한 결코 자유로울 순 없을 터.

어지간한 여성들이라면 그간 남성을 대하는 방식과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서 묘한 불균형을 이뤄왔음을 눈치채고 있는 까닭이다. 남성들만이 안전한 권력 기반이라고 믿어 온 탓이다. 여전히 그것은 현실이지 않느냐! 고 부르짖는 이도 많다. 따라서 이런 생각이 지배적인 사람이라면 여성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면 필경 그 지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과연 그런가.

지금 새로운 관계를 실험적으로 모색하는 여성들이 많다. 점점 많은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을 위해 함께 일어서고 있다. 특히 후배 여성들의 경력 개발을 위한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있는 전문직여성클럽 한국연맹도 그 중심에 서 있다.

BPW 한국연맹은 지난해 일하는 많은 여성들이 하나의 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멘토제도와 여성네트워크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며 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지금 여성부가 추진하는 사이버 멘토링시스템 작업은 물론 이화여대내 '선후배 자매맺기'라는 이멘토링 서비스가 실시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 클럽의 국제관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덕성여대 정희선 교수는 이번 세미나에서도 다시금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교수는 무엇보다 “일하는 여성들은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스스로 실력을 연마하는데 집중하고, 실력으로 남성 동료들을 능가하고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앞서가는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고,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연대해 함께 하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강변한다.

특히 정 교수는 집단이 갖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킹은 제 1의 성공전략이라고 말한다.

네트워킹은 여성 제 1의 성공전략

정 교수는 그간 대표적으로 여성단체를 주축으로 하는 여성계야말로 여성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여성의 잠재능력에 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여성의 직무환경을 개선하는 등 여성회원들의 많은 지위 향상에 앞장서 왔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가 강한 파워로 작용한 사례라는 것이다.

이 세미나의 사회를 맡았던 김영순 BPW 한국연맹 총무이사는 “ 여성의 권익 신장의 첩경은 경제적 자립”임을 재삼 강조하면서, 연맹이 하나의 힘으로 기능하고 있는 사례로 “1년에 한번씩 여성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는 기업(인) 혹은 단체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골드어워드상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골드어워드 상을 수상한 (주)빙그레는 승진 혹은 채용 기준에서 남녀 성차별을 완전 철폐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빙그레와 같은 기업이 탄생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여성 네트워크가 공고히 살아있음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 교수는 노동시장의 진출입에서부터 퇴출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고용문제 해결은 정부의 지원은 물론이지만 기업들의 더 많은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천 100대 기업 중에서 33%이상이 회사 내에 우먼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이를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영빈 경위는 “여성들 스스로의 태도에도 달려있다”고 전제하고, 무엇보다“네트워크는 상생의 조직인만큼 구성원 각자가 헌신할 각오, 돈과 시간을 투자할 용의가 없다면 네트워크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요한 도움을 서로 주고 받으며 함께 능력을 개발해 성장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 공히 말하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네트워킹의 본 모습이다.

김경혜 기자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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