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이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시 억울하게 죽은 8인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사형제도 폐지 운동이 다시금 불붙고 있다.

‘법의 이름으로’이긴 하지만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앗는게 정당한 일일까.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오래전부터 꾸준히 활동해온 앰네스티는 사형이 가장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유엔도 앰네스티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1989년을 사형폐지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그후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국가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앰네스티 자료에 따르면 2002년 4월 현재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모두 111개국(독일·프랑스·영국·캐나다·벨기에 등)이며 사형을 유지하는 국가는 84개국이다. 지난 한해동안 이루어진 총 3천48건의 사형집행 중 90%가 중국·이란·사우디아라비아·미국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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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된 옛 서울구치소의 내부. <사진·민원기 기자>

한국에서도 사형 선고와 집행은 대단히 빈번하고 대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953년에 제정된 한국형법은 사형을 폭넓게 인정한다. 정대철 의원(민주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기본법인 형법은 물론 특별형법을 포함해 모두 33개의 법률에서 약 140여 가지 범죄에 대해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1997년까지 약 5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된 인원은 총 902명으로 연간 19명에 이른다(군사법원 통계 제외). 인구가 우리보다 3배 가량 많은 일본과 비교할 때도 한국의 사형집행건수는 약 30% 가량 높다. 이는 우리의 분단상태와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살인범 외에 사상범·정치범에 대한 사형 선고와 집행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서 사형폐지 운동이 전개된 것은 1989년부터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제기되던 사형폐지 주장은 89년 사형폐지운동협의회(이하 협의회)의 결성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종교계·학계·법조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협의회는 사형폐지운동의 첫 단계로 1992년 헌법재판소에 위헌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1996년 11월 28일 재판관 9인 중 7인이 사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헌법소원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침체에 빠졌던 한국의 사형폐지운동은 1997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활기를 띠었다. 국민의 정부를 대표하는 김대중 대통령 스스로가 사형선고를 받은 경험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사형제도 폐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97년 12월 국민의 정부 이후 사형집행은 지금까지 단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협의회는 1999년 말 국회의원 299명 중 91명의 찬성을 받아 ‘사형폐지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법안은 법사위원회에서 단 한차례도 논의되지 못한채 국회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비록 입법에는 실패했지만 입법운동은 사형폐지운동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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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앰네스티 포스터

그리고 2001년 4월, 그동안 각 종교별로 사형폐지운동을 전개해왔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 등 6개 종교단체로 이루어진 ‘사형제도폐지범종교연합’을 발족시키면서 사형폐지운동은 좀더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국민여론도 높아졌다. 1992년 5월 한국여론조사연구소가 20세 이상 성인남녀 729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형제도가 존속해야 한다’는 응답이 66.5%로 지배적이었고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에 불과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2000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국민의식조사의 일환으로 1천118명의 남녀노소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54.3%가 사형제도의 존속을 바라고 45.3%가 폐지에 찬성했다.

이에 힘입어 협의회는 2001년 10월 다시 한번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대철의원의 발의로 여야의원 전체 273명 중 154명의 찬성을 얻은 이 법안은 현재 법사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사형제도 폐지운동측은 이 법안이 과거처럼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돼 버릴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 법안은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었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만 하면 쉽게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대철의원 보좌관인 전종훈씨는 “법사위원회는 법조인들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 사회보다 보수적”이라며 “이번에도 법사위 통과가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의장 직권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정의원측은 오는 11월 초 일본내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추진하는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과연 16대 국회에서 사형제도폐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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