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여성 신직업 페스티벌에 여학생들 ‘북적’

지난 12일부터 4일간 여의도 중소기업 종합전시장 주변 일대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로 가득했다. 여성부가 주최한 ‘2002 여성 신직업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 때문이다. 이른바 현장수업이다. 지난 4일 동안 4만3천여 명의 관람객이 참가한 이 행사는 새롭고 다양한 직종을 대량 선보임으로써 소녀들에게 미래의 직업에 눈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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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업이 나에게 맞을까, 새로운 직업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내 직업을 찾는 일이 축제로 기능할 수 있다니 그 또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2일 신직업 페스티벌에 참가한 소녀들은 다양하게 펼쳐진 직업의 세계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전시장 이곳 저곳을 구경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이 행사에서는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 있지만 그동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직업,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유망 직종 등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군인·미용 분야 관람객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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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육·해·공군 및 소방서관은 여학생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잘 꾸며진 부스와 제복을 입고 서 있는 여군들의 당당한 모습은 지나가는 여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곳을 방문한 학생들은 직업군인의 세계에 많은 여성들이 진출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반가움을 표하며 여군이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질문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특수경호원 등 최근 여성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분야에도 학생들의 발길은 여지없이 몰렸다. 구로소방서 정영자 소방원은 “소방서에서 여성의 역할은 무엇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며 “남자의 직업이라고만 여겨졌던 소방서에도 많은 여성들이 진출해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어 흐뭇했다”며 기쁨을 감추질 못했다. 수원여자고등학교 안혜정 학생은 “평소 육군사관학교에 관심이 많았는데 직접 전반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평하기도.

미용 관련 직종에 대한 여학생들의 관심은 유별났다. 첫날부터 4일 동안 수빈 메이크업·코디 아카데미, 네일 아트, 프라노 아트 아카데미 등의 부스에는 여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들 부스는 현장에서 관람객들에게 미용 기술을 시연하는 이벤트를 마련해 더욱 인기를 모았다. 현장 체험 위주로 직종이 소개된 코너에도 여지없이 관람객들이 몰렸다. 코리아 애견 미용학원은 강아지를 등장시켜 직접 미용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인상을 남겼으며 선물포장 작업을 현장에서 할 수 있게 했던 선물포장사 부스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적성검사 코너 역시 마지막 시간까지 적성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다. 4일간 총 2천4백여 명이 적성검사를 받았다.

교육·신직업 코너 관심 낮아

교육기관의 경우에는 문화산업 분야에 참가자들이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청강문화산업대학, MTM커뮤니케이션즈, 한국방송아카데미, 숭의여자대학교 컴퓨터게임과 등에는 사람들이 몰린 반면 이화여자대학교 전문직업개발원, 인덕대학 여성정보행정과, 삼성SDS 멀티캠퍼스, 안성여자기능대학, 한국정보통신대학 등에는 발길이 뜸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인덕대학의 한 관계자는 “고등학생들이 더러 찾아오기는 했지만 다른 곳에 비해 관심도가 매우 떨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신직업 페스티벌인 만큼 새로운 직업들도 많이 선보였다. 병원 코디네이터, 칵테일 제조사, 아바타 캐릭터 디자이너, 컨벤션 기획사, 운동사, 큐레이터, 이모티콘 플래너, 푸드 스타일리스트, 음악치료사 등이 대표적이다. 생소한 직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이들 신종 직업들이 소개된 부스에는 체지방 측정 코너를 마련한 운동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은 편이었다. 국제의료교육센터 앙정희 컨설턴트는 “병원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너무 생소한 나머지 선뜻 방문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으며 푸드 스타일리스트 코너 관계자의 경우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은 중·고등학생들이 다가서기에 아직은 이른 것 같고 대학생 이상이 주 대상이었으면 아마도 많은 관람객이 찾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입장은 어떨까. 수원여자고등학교 이희영 학생의 경우 “새로운 직종이어도 예쁘게 전시된 쪽에 더 관심이 가며 너무 생소한 직업군에는 잘 가지 않게 됐다”는 의견을 전했다.

전통·전문직종에 대한 배려 아쉬워

어떤 행사든 아쉬움은 남게 마련. 수만 명이 참가하는 등 성황리에 개최된 신직업 페스티벌이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꼬집는 의견도 하나 둘 제기됐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정광화 회장은 “전통적·전문적인 직종은 이벤트 중심의 행사에서는 뒷전에 놓이게 되므로 따로 전문직종을 위한 부스를 마련하거나 커다란 행사는 다른 장소에서 진행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했다”며 “신직업에 대한 소개도 중요하지만 전문 직종에 목말라 하는 여성들에게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TOMS 경영 컨설팅, 보험개발원, 한국생명공학 연구원, 국제회의 전문가 교육원, 미래분석연구소 등에서는 관람객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 보험개발원 한승혜씨는 “보험계리인 등은 생소하면서도 학업과 연결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자평했다.

안성종합고등학교 구군우 선생은 “각 부스에 해당 직업에 대한 상담 및 진지한 고민을 할 만한 공간이 부족했다”며 “적성검사를 원하는 아이들은 많은데 수용 인원이 제한돼 있어 참가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다음에는 넓은 공간에서 적성검사가 실시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직업과 관계없는 단순 업체 홍보용 부스도 눈에 띄어 아쉬웠다”는 평가를 내렸다. 금옥여고 강희진 학생도 “책이나 옷을 판매하기 위한 업체들은 상업적인 측면만 강조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4일간의 페스티벌은 끝이 났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첫 출발로서는 성공적이었다는 의견이 전반적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초·중·고·대학생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가했으며 지방에서 참관한 사례도 빈번할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며 “내년에는 지역의 형평성을 고려해 지방에서 이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 직업을 찾는 일이 전국적인 축제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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