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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최근 역사를 새로 썼다.

관세청은 지난 15일 인사에서 개청(1970년)이래 처음으로 일반 승진을 통한 여성 사무관 1호를 탄생시켰다. 전체 4천2백여 명의 직원 가운데 20%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개청 이래 지금껏 일반 승진 여성사무관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않았던 전례로 비추자면 엄청난 파격인 셈이다.

화제의 대상으로 오른 주인공은 서울세관 납세 심사과 징수계장인 이명례(56)씨. 6급(주사)에서 5급 사무관으로의 승진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직무기간은 관세청 32년 역사와 같다.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기자의 말에 이 사무관은 “관세청은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도 누가 일을 더 잘하고 누가 더 못했는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곳”이라면서, “다만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 밀리고 그간의 인사관행에 밀렸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독신인 지난 세월의 사연이 그만큼 녹록치 않았다는 반증이다.

성실성은 개개인이 더 강해져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던가. 세관업무 하면 통칭 ‘세무쟁이’로 통할만큼 세간의 인식이 그닥 좋진 않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은 여성이 그리 많진 않다. 지금 입사동기 여성은 자신과 동기 두 명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 분야 업무에 묵묵히 자신의 두 발을 온전히 담궜다.

징수업무 분야의 일인자

서울여상을 졸업한 그는 지난 70년 공무원 특채시험에 합격, 9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한 뒤 관세청 개청과 동시에 서울세관 조사국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그 뒤 13년간을 김포세관에서 여행자 휴대품 검사업무를 담당해 왔고, 서울세관 심사과 등에서 징수업무만 10년을 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한 곳에서 오래도록 자신의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지난 98년 징수부문 최고자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로선 행운인 셈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그는 지난해 <징수업무의 흐름>(서울본부세관 刊) 이란 책도 펴낼 만큼 ‘징수업무의 일인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 공과가 결국 그의 승진 사유인 셈이다. 어이없게도 그는 이번 인사가 없었다면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초 내년이 정년인 까닭이다.

“승진하면 3년은 더 일해야 합니다. 승진도 하고 일도 더 할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러나 그의 승진은 결코 덤은 아니었다. 이 사무관은 관세청 입문이래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고 했으나, 이것이야말로 그 충분한 노력의 소산인 까닭이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승진이 많은 후배 여직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뒤늦은 관세청의 깨달음이 일조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일단 일이 맡겨지면 내 자리 좋다 싫다 판단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

김경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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