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댄스 동호회 스윙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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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춤추면 인생이 바뀝니다!’‘내가 가장‘나’일 수 있는 여성만의 댄스공간’스윙시스터즈(swing sisters)를 알리는 유혹적인 문구다. 일요일 오후 스윙시스터즈가 정기 모임을 갖는 홍대 앞 연습실을 찾았다. “스텝·스텝·락 스텝, 스텝·스텝·락 스텝…”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연습실 안은 신나는 6박자 스윙음악에 맞춰 스윙댄스를 추는 여성들의 열기로 후끈하다. 커다란 대형선풍기 두 대만으론 이 열기를 식히기 힘들 것 같다. 모두들 땀 범벅이 됐지만 한결같이 행복한 표정이다. 초등학생 꼬마부터 40대 아줌마까지 두 손을 마주잡고 어우러져 스스럼이 없다. 이게 바로 스윙댄스의 매력이다.

스윙시스터즈는 커플댄스의 매력을 여성들끼리 함께 나누며 편하게 춤추고 즐기기를 원하는 스윙댄스 동호회다. 최근 몇 년 사이 커플댄스의 인기는 가히 열풍이라 할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그러나 남자가 리드하고 여자는 따르는 성역할 구도 속에서 남자다움·여자다움을 강조하는 커플댄스의 특성은 자의식이 강한 여성들에겐 못마땅한 장애물이었다. 바로 이 점이 스윙시스터즈가 생겨난 이유이다. 스윙시스터즈의 운영자 김강종순씨는 스윙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커플댄스 중 특히 스윙은 남녀의 절대적인 역할 구도가 다른 커플댄스보다 상대적으로 덜한 편입니다. 배우기도 쉽고 신나서 누구나 한번 구경한다면 당장 배우고 싶을 정도의 멋진 춤입니다.”

열정적 춤으로 생활의 활력을

지난 7월 1기 30명을 모집, 다음카페(cafe.daum.net/swingsisters)에 문을 연 이후 입소문만으로 어느새 100여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삶에 에너지를 받고 싶어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그저 춤이 좋아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사귀고 싶어서”…. 제각각 가입 동기는 다르지만 혼성동호회를 놔두고 굳이 스윙시스터즈를 선택한 이유는 동일하다.

“여자들끼리 하니까 편하잖아요. 리더(남자역)도 해보고 싶고 팔로우(여자역)도 해보고 싶은데 혼성동호회에 가면 그럴 수 없잖아요. 또 남자들이 내게 춤을 추자고 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구요.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 너무 좋아요. 내가 추고 싶으면 그냥 추면 되니까요.”

김강씨가 스윙댄스를 만난건 공동체가족을 이루고 사는 하우스메이트를 통해서다. 이름난 라틴댄스·탱고 강사인 하우스메이트가 커플댄스를 추는 모습을 자주 봤지만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는 김강씨는 스윙댄스만은 너무 신이 나더란다.

“여성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별로 없잖아요. 스윙시스터즈의 비전은 여성들을 위한 놀이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신나게 춤추면 인생이 바뀐다니까요.”

현재 스윙시스터즈는 스윙 가운데서도 가장 쉽고 편안한 지터박(흔히 지루박이라고 알려진)을 가르치고 있다. 흑인들의 고난도 린디홉에서 시작한 스윙댄스는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스윙재즈와 함께 유럽으로 전파돼 큰 인기를 누렸지만 2차 대전 후 스윙재즈의 쇠퇴와 전쟁 후 사회분위기로 인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복고풍으로 스윙음악의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영화와 상업광고 등을 통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스윙이 보급된 건 3년 전이다. 유학생이던 나혜석씨가 1999년 12월 보라매공원 체육관에서 스윙 무료공개강습을 열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나혜석씨의 강습을 듣던 몇몇 사람들을 주축으로 스윙동호회가 생겨났고 지금은 스윙을 전문으로 하는 클럽이 서울에만 세곳(강남의 헬로우스윙02-566-6162/신사동의 스윙바02-517-9348/신림동의 부기우기바)이 생겼다.

스윙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스윙바를 찾아도 좋고 스윙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말콤X>나 페미 마샬 감독의 <그들만의 리그>에 등장하는 스윙댄스 장면은 정말 멋지다. 또한 스윙시스터즈 카페에 들어가면 다양한 동영상들이 자세한 동작 설명과 함께 올라와 있다.

춤의 열정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되찾고 싶은 여성이라면 스윙시스터즈의 문을 과감히 두드려보자. 수십명의 여성들과 줄맞춰 같은 동작의 춤을 추는 라인댄스를 맛보는 건 또다른 별미가 될 것이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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