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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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앙씨네마에서의 상영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헤드윅>. 이 영화는 그리 길지 않은 상영일정에도 불구하고 1천명 이상의 마니아 층을 형성했다. 마지막 상영 날 가발과 포스터로 무장한 팬들을 만나 ‘왜’ 이 영화에 열광하는지, 마니아가 보는 <헤드윅>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 참석자 : 프리챌 <헤드윅> 동호회 관리자 윤지은, 요리책, 정성욱

“헤드윅 동호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윤지은: 영화 시사회장에 사람은 딱 3명이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숨을 못 쉬겠더군요. 특히 음악이 좋았어요. 제가 음악 쪽 일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음악으로 스토리를 전해주는 것이 명확하게 들리더군요. 가사도 마음에 와 닿았구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헤드윅> 동호회를 내가 먼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10명 정도의 회원을 예상했는데 어느새 976명이네요.

“많은 사람들이 헤드윅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지은: 그건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왜 사랑하나요?”라고 묻는 것과 같죠. 특별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때의 느낌과 같을 거예요. <헤드윅>은 다수가 열광할 수 있는 영화예요. 헤드윅의 자아, 사랑, 음악이 영화의 초점이라고 생각해요.

요리책: 처음엔 그냥 ‘음악이 좋은 영화’라고 열광했는데 지금은 달라요. 뭐랄까, 헤드윅에게 인간적으로 빠져든다는 느낌? “아! 나두 저런 느낌 받은 적 있는데…”하는 동질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헤드윅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편견이 없어요. 오픈된 마음으로 헤드윅의 정체성과 삶을 하나의 문화코드로 받아들이는 거죠.

“마지막 상영 날 사람들이 분장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대사를 같이 읊고… 소품을 챙겨와 파티처럼 즐기던데 어떤 의미가 있나”

윤지은: 처음 영화를 같이 봤던 사람은 영화가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락바 같은 곳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로 두 번째 관람을 하게 됐죠. 그때 이미 팬들이 와서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인디밴드들이 공연을 했어요. 그러자 같이 간 사람이 “이 영화 정말 재밌구나” 하더라구요. 모든 사람들이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는 않겠죠. 그렇지만 영화를 좀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음악에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한 장면 한 장면을 즐기게 되는 거예요.

요리책: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영화를 4번이나 봤지만 모두 조용히 봤어요. 그냥 옆에서 신나게 노는 분들 보면 대리만족이 되는 거 같아요.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더 영화에 빠져들게 돼요. 혼자서는 그렇게 열광 못하죠. 여러 사람이 보니까 서로 기대감에 흥분도 하고 다음에 무슨 음악이나 대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악!! 소리도 질러주고.

“내가 사랑하는 헤드윅, 한 마디씩 해준다면”

윤지은: 사랑하는 건 헤드윅 자체예요. 헤드윅에겐 철학이 있고 삶의 열정이 있어요. 또 그녀의 상처도 있죠. 영화의 위트들도 너무 좋아요.

정성욱: <헤드윅>은 사랑과 인간에 대한 최고의 연역적 접근방법을 보여주는 영상물입니다. 엄청나게 특이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일반적 이야기를 끌어내거든요.

요리책: 헤드윅의 인간적인 면에 공감해요. 그의 사랑에 공감하고 그가 내뿜는 가사들에 공감해요. 하고 싶은 말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못 본 것이 아쉽다는 거. ‘게이영화를 왜 봐?’이런 식으로 편견을 갖는 사람들도 영화를 봤다면 좋아할텐데, 그런 아쉬움이 들어요. 앞으로는 좋은 영화들이 <헤드윅>처럼 4일 상영하고 내려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느꼈던 것은 ‘헤드윅의 힘은 강하다!’였다. 하나의 영화에 빠져 느낌을 공유하고 노래를 함께 부르는 공동체가 된다는 건 그 영화에 대한 강한 사랑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테니 말이다. 앞으로 이 동호회를 비롯한 각 헤드윅 동호회(DAUM, 싸이월드 등)들은 자체 상영회를 한다고 하니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한번 문을 두드려봐도 좋지 않을까.

석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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