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즌이 다가왔다. 대학교 4학년생들의 눈길이 한창 취업정보실로 향할 때다. 졸업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직장 옮기기 작전에 들어간 사람들에게도 하반기 공채는 눈독의 대상. 될 곳을 공략해야 한다. 옥석 가리듯 골라서야 취업문 근처에도 못 가기 십상이다. 여성들에게 열려있는 취업문은 어디인가. 기업들의 하반기 인력 채용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인구는 178만4천명으로 2000년 대비 7%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373만7천명이었던 대졸 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여성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직종과 회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29-1.jpg

<사진·민원기 기자>

하반기 채용 26% 늘어나

하반기 채용 시장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인크루트가 528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하반기 채용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64%인 339개 기업이 채용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339개 기업의 올 채용 규모는 4만2천792명으로 지난해보다 26% 늘어났다.

올 하반기에 대규모 채용이 예정된 분야는 교육, 유통, 정보통신, 전기전자, 외·식음료, 조선·기계·자동차, 금융 업계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히 교육의 경우 1만2천232명을 뽑을 예정이어서 가장 높은 채용률이 기대된다. 반면 석유화학, 제약, 제조, 건설, 화장품 등의 업종은 채용수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수시채용의 증가로 공채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채용을 확정한 339개사 중 41.3%가 수시채용만 하고,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는 업체는 41%에 달해 실제로 공채만 실시하는 기업은 전체의 17.7%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는 삼성·LG 등 대기업의 공채 비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상반기 대비 삼성은 25% 증가한 2298명, LG의 경우 31% 늘어난 2천578명을 채용할 계획.

화장품, 금융, 유통, 식품 순 여사원 비율 높아

전체적인 취업 시장 전망이 여성에게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반기에 채용 전망이 밝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 여성부가 진행한 ‘고용에서의 남녀차별 실태조사’에 의하면 공공기관 70개와 100개의 민간기업 인사담당자는 동일자격자에 대한 채용에서 각각 33%, 34%가 남녀차별이 있다고 응답했다. 암묵적인 고용 차별의 현실을 대변하는 결과다.

어디부터 접근해야 할까. 여사원 비율이 높은 회사부터 눈여겨보자. 새로 길을 닦는 것보다는 닦여진 길을 따라 가는 것이 현명한 일. 리크루트가 지난 7월 300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별 여사원 인원조사’ 결과 여사원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화장품(40.2%), 금융(32.4%), 유통(39.5%), 식품(24.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사원을 가장 많이 뽑은 업종은 전기전자.

이 가운데 하반기 채용 전망과 교차 지점이 있는 유통, 전기전자, 식음료, 금융 업체를 적극 공략해보자. 여직원 채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대졸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LG전자가 눈길을 끈다. LG전자 박진관 채용그룹팀 부장은 “대졸 여성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곧 인재활용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여사원 비율이 20% 선이지만 이공계에 진출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어 그 비율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이에 동참한다. 삼성전자 인사 관계자는 “여성 인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에 있는 대부분의 여대에 채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이공계 여성 채용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여성 채용 공략 1순위는 교육부문

금융 쪽도 공략 대상이다. 주 5일 근무제 확산과 구조조정으로 젊은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가 많다. 상반기 채용이 없었던 기업은행·국민은행은 각각 하반기에 230명, 100여명을, 한미은행의 경우 6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신용카드사업 분리, 대금업 진출 등 새로운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은행이 많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만 1천여명의 신규 인력 채용이 있을 전망. 카드·보험사도 여성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업종. 삼성캐피탈 구송회 채용부 과장은 “지난해 80% 이상을 여사원으로 뽑았고 올해도 50% 이상 여성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섬세함이 요구되는 금융 업무가 여성들에게 적합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여사원 채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유통·금융 순 인력채용계획 많아

LG, 삼성 등 이공계 대졸여성 적극 활용 방침

유통도 여성들에게 호의적인 업종이다. 유통업계는 점포 확대로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판매·영업 분야의 이직률이 많아 도전해 볼 만하다. 올 하반기에 1만731명을 채용할 예정. 특히 최근 부상하고 있는 홈쇼핑 업체를 눈여겨보자. 쇼핑호스트·텔레마케터를 비롯해 방송 기술·사무 분야에서도 여성들을 많이 뽑고 있다.

하반기에 가장 많은 인원을 충원하는 교육 업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습지·유아 교육 시장 확대로 올 하반기에 1만2천232명에게 채용 기회가 주어진다. 비 정규직 여부를 잘 살펴본 뒤 접근해보자. 채용 예정 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IT 업종에도 관심의 끊을 놓지 말자. 리크루트의 조사 결과 유니텔, 엔씨소프트, 포스데이터, 쌍용정보통신, 롯데정보통신 등에서 이공계 대졸 여성을 많이 선발하고 있으며 올해도 채용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여성을 많이 선발하는 식품·화장품 업계도 이력서의 여분을 남겨두자. 외식·식음료 업체는 57개사 중 40개사가 채용 계획을 확정, 올 하반기에 4천51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65.7% 늘어났다.

한편 공기업에서의 여직원 기피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여성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개 공기업의 여직원이 지난 7월말 12.3%인 것으로 집계됐다. 98년 이후 2002년까지 공기업의 남자 직원이 18.5% 줄어든 반면 여직원이 3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공기업의 구조조정에 여성들이 피해대상이 됐음을 알려준다.

경력 쌓는 차원에서의 도전도 중요

공략 대상을 찾았다면 이제는 공략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외국어의 중요성은 언제나 부각된다. 리크루트가 지난 7월 국내 104개 대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50%가 외국어 성적에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72.7%), 식품(66.7%), 금융·보험(58.3%) 업체의 순. 가산점이 없는 기업은 외식(42.9%), 제약(40.0%) 업체 등이다. 외식업체의 경우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외국어 성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눈 높이를 낮추는 것은 기본이다. 리크루트 이정주 사장은 “업종을 너무 가릴 것이 아니라 적절한 곳에 취업해 경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경력직 채용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첫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직업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면 일단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단 인터넷에서 구직활동을 할 때 취업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학원들은 조심하자. 일반 사무직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를 통해 텔레마케터 등 영업직을 채용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면접 때 채용공고와 다른 직종을 권유하거나 일정기간 연수기간을 거친 뒤 정식 채용한다는 식으로 말하면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회사의 주요 업무나 설립연도, 직원 수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 응시하도록 하자.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