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한가위가 되면 마을의 모든 공간은 놀이터로 바뀐다. 여성들은 서로의 손과 손을 맞잡고

둥그런 원을 지으며 강강수월래를 부른다.’ 풍년을 감사하며 맞는 추석이 공동의 축제로 자리했던 농경사회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추석은 이렇듯 집안을 넘어서는 공동체 의식이 자리할 틈은 없다. 다만 제사를 드리기 위해 ‘고향 앞으로’그 길고 긴 대열에 합류하는 일 외에는. 그 또한 충분한 의미는 있을 터. 가족끼리도 얼굴 한번 마주 대하기가 쉽지 않은 오늘의 현실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우리들 각자에게 추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각 세대별 추석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들어봤다.

<여성신문 공동 취재팀>

10대 생각: 초등생은 맛난 음식에 주머니 두둑해 즐겁고

중·고생은 입시 걱정에 부담스런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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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가장 즐겁게 받아들이는 세대는 역시 초등학교 꼬마 친구들이다. 감도 익어가고 밤도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을 느끼는 유일한 세대다. 좋은(?) 때다. 그러나 10대 친구들 가운데도 생각은 엇갈린다. 중학교 이상이 되면 명절은 더 이상 즐거움으로 다가오지만은 않는 듯. 대학입시 걱정때문이다. 가깝게는 내달 있을 시험에 대비해 추석이라도 학원가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목포 신흥초등학교 6학년 김효빈 어린이가 모아서 들려주는 같은 반 여자친구들(18명)의 추석 이야기는 마냥 큰 즐거움이다.

맛있는 음식 실컷 먹고, 용돈도 받고 놀 수 있는 날./ 먹을 것이 너무 많아 매일매일 추석이었으면 좋겠다./송편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좋은데 우리 엄마는 너무 고생을 한다. /사촌 집에 가서 용돈도 받고 여러 가지 음식도 먹고, 사촌들하고도 논다./ 송편 실컷 먹고 놀 것이다./잘생긴 사촌 오빠를 만나 기분이 좋다./사촌동생들을 만나서 하나하나 골려 주기 때문에 즐겁고(?) 먹을 것도 푸짐하기에 기다려진다./ 엄마 도와서 송편도 만든다./친척 언니, 오빠와 놀면서 밤에는 폭죽놀이하고 잠자는 사람한테 치약을 얼굴에 묻혀 놀래켜 주기도 하고 TV도 계속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절 해서 돈 받으니까 좋긴 좋은데, 사촌들 중에 내 또래가 없어서 영 재미없다(-.-)./송편 배터지게 먹어서 좋다./할머니 집에 가서 친척들이랑 놀고 송편 먹고 성묘 가고. 아∼긴 하루다./비록 복잡하지만 친척들을 만나서 반갑고 좋다.(김효빈·13세· 초등 6년)

또친척들끼리 누구 딸, 아들이 공부 잘 하나 어느 대학에 갈 것인가를 비교하겠지. 그런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웬만하면 큰댁에 가지 않고 집에서 버티려고 하는데 고3 이전에는 얼굴을 보여야 한다고 한다. 어릴 적엔 명절이면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클수록 부담된다. (유민아·16세·중 3)

20대 생각: 싱글은 결혼잔소리 가장 싫어!

그래도 언제든 여행 자유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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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추석은 부정적이다. 아는 친지들을 만나면 결혼하라는 잔소리가 추석에 대한 가장 강한 이미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혼한 기혼자에 비하면 마음은 가볍다. 늘상 낯선 여행계획을 실행에 옮기거나 개봉 영화를 찾아 떠날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추석’하면 신나고, 떠들썩하고, 모두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라면 좋으련만, 어째 나는 얼굴 한번 제대로 볼 틈 없이 일하시는 어머니의 고단한 뒷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우리 집은‘큰 집’인 탓(!)에 며칠 전부터 대청소를 시작해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나야 별로 하는 일이 없지만 7남매의 맏며느리인 어머니께서는 사정이 다르다. 거의 혼자 일을 도맡아 하신다. 어쩌면 어머니의 딸인 나 역시도 늘 머리로는 가부장적이고 불합리한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제사나 차례는 다 장남 아니 정확히 말해‘맏며느리’의 몫이라는 생각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그래도 어머니께선 이 다음에 당신 며느리에게는 지금보다 조금은 나은 상황을 물려주겠다고 자주 말씀하곤 하신다. (이소희·26세·방송작가)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일단 반갑다. 하지만 개인사에 너무 마음을 쏟는게 부담스럽다. 넌 언제 졸업하니, 취직은 언제 하니, 결혼은 안하니, 빨리 결혼하는 게 좋다, 남자 친구는 있니 등등. 물어보는 사람은 한번 물어보는 것이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질문에 수십번 답해야 하기 때문에 곤혹스럽다. 왜들 그렇게 샅샅이 관심을 가지는 건지.(이재기·23세·대학 4년생)

몇주전부터 친구들과 무엇을 하고 놀까 고민한다. 하루 정도 집에 봉사하고 다른 날들은 친구들과 만나 영화도 보고 공원에 놀러가기도 한다. 여행은 차가 막혀서 무리다. 보통 친구들 중에 비는 집을 아지트 삼아 만난다. 통신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만남을 갖기도 한다. (이정화·26세·프로그래머)

30대 생각: 또 왔구나! 추석, 해야 할 일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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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기혼자들에게 추석은 또 왔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그리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시댁에 가서 어김없이 일만 해야 하는 날이 바로 추석인 탓. 그러나 관록있는 주부라면 ‘며칠 죽었다 생각하자’며 생각을 바꾸는 예도 적지 않다. 이번 추석에는 어떤 선물을 고를까.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준다. 그러나 30대의 싱글은 20대의 기분과는 달리 외롭고 쓸쓸한 생각마저 갖게 하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친정)에서 멀리 떨어져 사니까 가족들 볼일이 점점 없어져 간다. 시댁에 들르는 것은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일이지만 애엄마라 고생을 많이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 보단 친정 가서 엄마와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이미영·33세·전업주부)

한10년은 명절이 많이 힘들었다. 명절이란 이름 앞에 조여오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한달전부터 안절부절 했었고 후유증으로 몇 주를 보내곤 했다. 그러나 이젠 ‘닥치면 생각하자’, ‘그깟 며칠 죽었다 깨어난다 생각하자’로 바뀌었다. 미리 걱정하나 안하나 명절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사람이 변하는 것도, 상황이 변하는 것도 아니니까...명절이 끝난 뒤에도 빨리 잊고 털어내려 애쓴다. 어차피 그들만의 잔치. 영원한 이방인 ‘며느리’가 그 잔치에 심신을 저당잡힐 이유가 없다. (이민자·39세·전업주부)

추석이 되면 집에서 그냥 보낸다. 결혼을 안 해서 명절은 그리 부담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혼자라는 것 때문에 쓸쓸하다. 올 추석은 또 그렇게 그냥 흘러가나보다.(한미나 ·35세· IT업계 종사자·싱글)

40대 생각: 마음만은 여행을 생각하는 낭만이 물씬

현실은 관록있는 주부 원해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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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를 노래할 만큼 마음만은 가을 여행에 가 닿아 있는 40대에게 이제 명절은 너무도 당연한 의무로 다가온다. 그 솥뚜껑의 노하우와 인생에 대한 경륜 탓에 현실을 감내하는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그 때문에 늘상 희비는 엇갈린다.

명절이 되면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명절때가 여행 적기인데 거의 도로 위와 시댁에서 시간을 보낸다. 때문에 스트레스도 풀리지 않고 추석이 되면 오히려 더 피곤하다. 때론 남자들에게 추석 준비를 해보라고 떠넘기고도 싶지만 부엌일이 서툰 남자들에게 일을 맡기다 보면 오히려 일이 배가된다. (이정미 ·42세· 직장인)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남자들은 성묘 후에 내내 고스톱 치는 걸 보면 열 받는다. 내내 상 차리고 치우고 하다보면 모처럼의 휴가도 금새 간다. 명절만 되면 남편이랑 싸우게 된다. 우리 친정에 소홀하다는 느낌도 들고. 명절이 안 왔으면 좋겠다. (백민화·43세· 직장인)

송편과 청명한 하늘, 그리고 텅 빈 서울거리. 어릴 적부터 송편 빚는 것을 좋아했다. 친척들이 몰려오면 주로 밖으로 나가곤 했는데 그 때 보게 되는 하늘은 유달리 맑고 예뻤다. 복잡한 서울거리가 텅 빈 것도 인상적이고. (조주영·45세·교사·싱글)

50대 생각: ‘몸이 예전같지 않아!’

몸 고되도 손주 볼 생각에 기쁨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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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청춘이나 현실은 어느새 며느리도 보고 손주도 볼 만큼 흐르는 세월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세대다. 아마도 50대 이상의 세대야말로 명절의 의미를 가장 크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식구들이 오가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일만큼 이들에게 가족이 함께 만나는 일은 가장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변해야 며느리가 행복하다? 이들이야말로 현명한 명절나기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낼 수 있는 장본인이기 때문. 왜냐면 이들은 집안의 대장이니까.

식구들이 오고가는데 그게 걱정이다. 그전에는 안그렇더니 며느리가 생기니까 교통편이 불편한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어떻게 간단하게 할 수 없을까. 식구들 만나는 거야 좋고 즐거운 일인데 교통편이 걱정이어서 그게 제일 먼저 생각난다. 이번 추석에는 하던대로 식구들 오면 추모예배 보고, 앉아서 노는 거지. 고스톱도 치고. 놀고 있으면 시집간 딸이 오고. (정화숙·56세·전업주부)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지방 내려가서 일손 돕는 것이 갈수록 힘든 것 같다. 한편으론 오랜만에 딸아들 같이 모이고 손주 보는 것은 기대가 된다. (김순자·56세·주부)

혼자 준비해야 하니 힘들다. 동서는 직장 때문에 늦고, 남편 여동생들은 자기 남편 집 가서 일해야 하니 결국 나 혼자 동동 굴러야 한다. 모처럼 모이는 가족이라고 해도 여자들이 같이 이야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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