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주인은 동식물… 자연놀이문화 정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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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수목원 숲속체험로.

얼마 전 방학을 맞이해 친구들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서울 부근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국립수목원은 조선 제7대 왕인 세조가 생전에 자신의 능으로 정한 이후 조선시대 500여년 동안 철저하게 보호돼 왔기 때문에 생태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른 아침이지만 정문 입구에서부터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이경재 교수가 연수를 받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숲 해설’을 했다. 임진왜란 때 피난 갔던 선조임금이 즐겨먹던 도토리묵이 왜란 뒤에도 늘 수라상에 올랐다고 해 ‘상수라’로 불렸는데 훗날 상수리나무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부터 울창한 숲은 홍수를 막고 생태계를 보전한다는 이야기까지 무척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국립수목원이 위치한 광릉수목원은 서울보다 위도 상으로 위쪽에 있지만 울창한 숲 덕택으로 한여름에는 도심보다 5℃ 정도 기온이 낮고 겨울에는 오히려 기온이 높아 곤충과 동식물들에게 쾌적한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우리는 어느덧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속세의 찌든 먼지를 털고 맑은 물과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연과의 교감도 잠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던 아저씨들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바로 ‘술 냄새’였다.

국립수목원은 산림의 정화능력을 고려해 하루 입장객을 5천명으로 제한해 일주일전에 예약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또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국립수목원 내에는 숙박, 식당, 취사시설이 없으며 다만 밖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휴게실만 설치돼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방문한 사람은 쓰레기를 버릴 필요도 이유도 없다. 특히 ‘숲속 탐방로’의 경우는 방문객의 옷에 묻어올지 모를 외래종의 씨앗이나 세균, 바이러스 유입에 따른 오염을 막기 위해 산책로가 통나무 다리로 만들어져 자연적이며 친환경적인 학습까지 할 수 있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숲의 주인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온갖 동식물이며 방문객은 단순히 그들의 가정에 들어온 손님에 불과하다. 때문에 큰소리를 낸다거나 이물질을 반입하는 행위는 당연히 ‘해서는 안될 일’이다.

더군다나 국민의 세금으로 교육을 받으러온 공무원들이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환경보전에 대한 안목을 키우기는커녕 경치 좋은 곳은 ‘술 마시고 놀기 좋은 곳’이라는 놀이문화를 버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나는 암담해졌다. 물론 내 눈에 비친 일부 공무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8월 한 달을 온통 휴가로 들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자연은 그 옛날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에서 살던 동심의 세계가 아닌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부를 수 있는 유흥지로 남아있는 것은 왜인가. 더불어 러브호텔은 왜 들어서는가.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게 된 오늘, 그나마 우리는 서울시 인근 산과 수목원 등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연과의 교감을 안내하는 숲 해설가들을 만나게 된 것이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제침탈과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우리 국토에서 그나마 겨우 어린 묘목이 흙을 덮게 된 이 시점에서 다시 개발의 논리로 벌채된 곳들은 폭풍이 휩쓸고 간 뒤 산사태와 토양유실 그리고 마을침수로 이어졌다. 이제라도 우리의 옛 동심의 세계를 되찾아 자라는 새싹들에게는 더 이상 인재(人災)라는 말이 천재지변에 양념처럼 끼여들지 않도록 자연생태계 보존에 힘쓰고 그에 걸맞은 놀이문화 정착에도 힘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서 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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