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교내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서울대 여교수회’가 여교수 비율을 10%로 요구하는 것에 대해 “동등한 능력 및 자격 소지자 가운데서 여성지원자를 우선 임용하거나 그렇게 하는 단과대학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에 부응하듯 지난 8일 여교수가 한 명도 없던 농생대에서 윤혜정(尹彗貞·31)씨가 전임교수로 임명돼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에서 임용하는 여자교수의 비율은 부끄럽게도 사립대의 16%, 다른 국공립대의 8%에도 못 미치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를 예로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높은 단과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여성교수의 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독어교육과 같은 경우는 5명의 교수 중 단 한 분만 여자교수다. 게다가 남자교수 같은 경우는 학장이나 학과장을 맡거나 대학총장 후보로 나가는 등 교수로서의 학내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남녀의 성비가 절반인 독어교육과에서 얼마전 학생회장을 선출할 때 ‘이제 우리 과도 여자 학생회장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 그렇지만 결국 남학생이 학생회장으로 또 다시 선출됐고 여학생들은 다시금 각자의 일에만 몰두하고 공적인 일에 무책임하다는 굴레가 씌워졌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역할모델도 없는 상태에서 학생회장을 지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대 전체에 90% 이상의 남자교수가 계시고 서울대학 총장도 대대로 남자교수였으며 사범대학 총장도 남자교수다. 이런 성비가 알게 모르게 대학에서의 여학생의 지위를, 나아가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결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이번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발언은 여교수회가 제안한 것에 비해 소극적인 대응이긴 하지만 대학 내 여성의 지위에 대한 포문을 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운찬 총장이 여교수회에서 주장하고 있는 10%뿐만 아니라 여성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20%까지 확충할 의지와 지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서미영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