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시설·정부부처 간 네트워크 이뤄져야

“이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성격이나 지위 막론하고 가정폭력 피해자가 너무나 많더군요. 그렇지만 여전히 법 따로 현실 따로였습니다.”(천안 가정폭력 피해자의 언니)

가정폭력 피해자가 보호시설에서 가해자에게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지난 10일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대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에선 지금까지 이슈화되지 않았던 상담원의 자질문제가 거론됐으며 교육기관의 무책임함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이 사건에서 ‘천안1391 아동학대예방센터’측 상담원은 가정폭력 가해자의 이중적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가해자의 말만 듣고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만남을 주선했으며 중간에 자리를 비우는 등 피해자를 방치했다. 이문자 여성의전화 공동대표는 “가정폭력 피해자와 자녀들을 위해 전문상담원이 요구되는데 현재 여성부가 실시하고 있는 100시간 상담원교육으로는 충분히 학습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아동학대상담을 하는 시설도 가정폭력상담기관과 협조해야하며 그 기관의 전문성을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제숙 여성부 인권복지과 과장은 “각 시설마다 연계체제를 이루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의 내용과 질에 대해 더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참석자들은 “각 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여성부 간 공조체제가 마련돼 지역마다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피해자의 자녀가 다니던 학교에선 친권자인 아버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전학을 거절했고 ‘천안1391’ 측에 아이들이 있는 장소를 누설했다. 부산여성의전화 쉼터를 비롯한 쉼터 관계자들은 “폭력가정 자녀의 경우 안전을 위해 전학시키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장이 제멋대로 거절하거나 자녀의 정보를 가해자 측에 유출시키는 사례가 많다”며 교육부 측에 제재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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