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주 여성 매매는 ‘국가안보문제’ 인식 필요

[좌담] 기지촌 여성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1945년 해방 직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기지촌으로 유입됐다. 주한미군이 점차 감소하고 기지촌의 경제가 침체되면서 기지촌은 계속 축소돼 왔지만 1997년부터 외국인 여성들이 기지촌으로 유입되고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다시 기지촌의 성산업은 번창하게 됐다. 또한 최근 몇년 사이 IMF 경제위기에 따른 대량실업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실직여성들이 기지촌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여성신문은 최근 <동맹 속의 섹스>라는 책을 통해 기지촌 여성의 삶을 다각적으로 보여준 캐서린 문 교수와 기지촌 삶의 목격자이자 증언자인 김연자씨를 초대해 기지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때 : 2002년 6월 24일(월) 오후 4시~6시

* 곳 : 여성신문사 회의실

* 좌담자 : 캐서린 문·김연자

* 사회·정리 :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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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동두천의 기지촌 풍경.당시 미군들이 접할수 있던 유일한 한국인은 기지촌 여성들이었다. 이들에게 기지촌 여성은 현지처이자 유흥과 오락의 대상이다. <사진·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집 ‘촬영금지’중에서>

사회 : 캐서린 문 선생님이 <동맹 속의 섹스>를 쓸 때와 기지촌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그 변화를 어떻게 보시나요.

캐서린 문 : 제가 기지촌에서 현장조사를 했던 때가 92년이니까 10년이 지났네요. 얼마 전에 평택에 갔더니 대도시처럼 변했더군요. 제가 볼 때는 한국사회에서 기지촌 생활, 특히 성매매가 정상화(?)된 것 같아요. 과거와 달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유나 공간들은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정상화됐다고 할까. 미국의 학자 캐서린 베리가 얘기한 것처럼 성이나 여성의 몸을 사고 파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섹슈얼리티의 매춘화)가 된 거죠.

김연자 : 저는 군산 아메리카타운에서 나온 뒤 K55 공군기지가 있는 평택에서 11년째 살고 있으면서 바뀌어가는 기지촌 현장의 목격자인 셈인데요. 그동안 기지촌에 캐서린 문 같은 연구가나 소설가, 활동가들이 들어오면서 역사적인 문제점과 군사주의의 인권침해, 혼혈아 문제들이 <아리랑캠프> <이방의 여인들>같은 다큐멘터리나 <뺏뻘>같은 소설을 통해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분이나마 드러나게 됐습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나 기지반환운동도 생겨나구요. 그러면서 혼혈아문제를 해결할 길을 모색하고 기지촌여성들의 사회복귀문제, 나이들고 병든 여성들을 위한 쉼터들을 잘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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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16일 있었던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초혼제. 고인이 된 기지촌 여성의 사진에 꽃을 달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사회 : 기지촌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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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활동가 김연자

1963년 기지촌에 들어가 20여년을 기지촌여성으로 살았다. 87년 성매매에서 벗어난 후 기지촌여성들과 혼혈아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김 : 필리핀, 러시아, 방글라데시 등 외국여성들이 기지촌 무대를 차지하면서 기존의 한국 여성들은 밀려나다시피 됐어요. 현재 남아있는 여성들은 댄서나 늙은 여자들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동두천을 제외한 다른 기지촌 지역에서는 이들을 위해 활동하던 단체들이 거의 손을 털다시피 하고 또 있다 하더라도 전문적인 활동은 못하고 있어요. 그나마 전진상복지관이라는 이주노동자 인권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거기는 이주노동에 초점을 맞추니까 한국인 기지촌 여성들은 고려대상이 아니죠. 이런 형편이다 보니 혼혈아들은 이제 관심의 대상조차 안되는 거예요. 원래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거기다 미군부대마저도 지원을 끊어버렸어요. 그 전에는 미군 내에 국방성 차원에서 혼혈아협회 같은 걸 두고 한국고아원, 교회, 양로원에 지원을 했어요. 미군들한테서 5달러면 5달러 월급에서 떼어 그 돈으로 방문도 하고 지원을 했는데 기지촌에 외국여성들이 들어오면서 그것마저도 없어져버렸어요.

문 : 기지촌에 들어오는 외국인 여성들은 3개월, 6개월 이렇게 단기간 거주하거든요. 그러니까 장기적으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복지사업을 하지 않는 거죠. 게다가 한국시민도 아니니까. 기지촌 여성들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해도 그래도 한국시민이니까 문제를 제기할 권리는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기지촌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고 할 수 있어요.

김 : 기지촌의 10년 뒤를 내다봐야 합니다. 현재 기지촌에는 국제인신매매조직이 들어오면서 매매된 외국여성들이 들어오고 마약과 무기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리고 저질문화도 들어오구요. 그런데 기지촌운동은 변질되고 있습니다. 소외된 여성이나 매춘여성들을 드러내고 그들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게 원 목표였지만 기지촌운동이 자리를 잡고 사회에 알려지면서 변질됐어요. 다시 기지촌운동의 맥을 이어가야 합니다. 기지촌여성들과 혼혈아들을 중심에 두고 이전처럼 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복지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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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문 Katharine H. S. Moon

미국 웨슬리 대학 정치학과 교수. 그는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국제 외교정책과 극동 아시아 문제를 다루고 있다. 2002년도 올해의 Fulbright학자로 선정됨. <사진·민원기 기자>

문 : 김연자씨 말은 지난 40∼50년 동안 사람들이 기지촌문제를 무시하다가 90년대 들어 기지촌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해결할 기회가 조금씩 생겼는데 기지촌에 들어오는 사람들이나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바람에 기지촌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못잡게 됐다는 거죠. 외국여성들이 인신매매나 이주노동자로 들어오면서 기지촌의 주인공이 바뀌게 되니까 한국인들의 관심이나 시각이 바뀌어 버렸다는 거예요. 다른 한편으로 기지촌여성들은 90년대 진보운동 내에서 도구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바꾸고 개선하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민족문제, 소파개정문제, 반미문제로 전환됐잖아요. 그러면서 진보운동 내에서 기지촌문제가 추상화되는 경향이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외국여성들이 들어오면서 기지촌운동이 변질된 거죠. 어떤 면에서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기지촌여성들의 생활을 두고 볼 때는 운동이 그렇게 되면 그 혜택이 별로 없어요.

사회 : 국제 성매매의 소비자는 주로 미군이고 우리나라에 외국여성들이 들어오는 것도 기지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지촌이 국제 성매매의 입구가 되고 있는 셈인데요.

문 : 그렇죠. 최근 한국에는 120개의 군사 시설에 약 3만7천명의 미군이 있습니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외국여성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거죠. 여성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주로 기지촌의 클럽 주인들이구요. 그런데 한국의 일반 모델 에이전시에서 외국모델이 필요할 경우 기지촌 클럽의 외국인 여성들을 빌린다고 들었어요. 이런 면에서 기지촌이 한국사회에서 정상화되는 겁니다. 이 여성들은 기지촌 여성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거죠. 이런 식으로 기지촌 생활의 하부구조가 조금씩 개발되는 것 같아요.

사회 : 기지촌 주민과 미군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미군 내에 기지-지역위원회가 있는 걸로 압니다. 지금은 위원회가 어떤 활동을 하나요.

문 : 미군과 지역주민과의 관계는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노력들도 사라지고 있구요. 위원회도 제가 알기로는 더 이상 없어요.

김 : 물론 한국 기지촌여성들이 줄면서 한국인과 미군간의 폭력은 줄어들긴 했습니다.

사회 : <동맹 속의 섹스>에서는 개인의 삶과 한미 외교정책을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전에는 사회문제로 인정받지 못하던 기지촌문제가 외교문제, 여성문제로 인식되게 됐는데 지금의 기지촌 상황을 두고 한미관계와 기지촌 여성을 얘기한다면.

문 : 기지촌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미 두 나라가 할 일은 살아남은 기지촌 여성들의 건강문제, 노후문제와 혼혈아들을 책임지는 겁니다. 한국에서 일어난다 할지라도 기지촌 성매매는 이제 아시아 문제이고 국제문제입니다. 지금 제가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미군의 폭력에 시달리는 외국인 여성들을 누가 보호하느냐 입니다. 외국인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어났을 때 한국법, 미국법, 외국인여성 모국법, 국제법 중 어느 법을 따라야 할지 궁금합니다. 현재 누구도 이런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또 걱정되는 건 이북 여성들입니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북한 밖으로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이들은 국제인신매매 조직의 타겟 1순위예요. 정책을 만드는 정부와 NGO(Non Government Organization : 비정부기구)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북한 여성들과 어린이들은 가장 가난하고 깜깜한 사람들입니다.

지금 벌써 중국에서는 북한 여성들이 매매되고 있습니다. 곧 한국남자, 일본남자, 서양남자들에게도 그렇게 된다고 봅니다. 아시아에는 다양한 인신매매 조직이 자리를 잡고 있고 한국은 매매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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