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재발방지 위해 한국재판권 필수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여중생 두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미군측은 우연한 교통사고일 뿐이라며 무마하려 하지만 사건의 파문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진상규명과 미군 훈련사고 대비책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의뢰했던 진상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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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사고에 의해 숨진 여중생들의 언니들이 다니는 의정부여고 학생들이 규탄집회에 참석해 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안타까움과 슬픔을 나누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또한 유가족과 대책위는 사고차량 운전병 워커 마크 병장과 동승 관제장교, 지휘책임자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27일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고소했다. 고소인들이 한국 검찰에 미군을 고소한 것은 공무집행 중의 미군 범죄에 대한 1차적 재판권은 미군에게 있지만 법무부가 미군측에 재판권 포기요청권을 행사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 법무부가 주한미군에 1차적 형사재판 관할권 포기를 요청할 수 있는 시한은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사고발생 21일을 넘지 않는 7월 5일까지다. 법무부가 재판권 포기 요청을 미군에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가족의 고소는 재판권 없음에 따라 불기소 처분된다.

지금까지 미군은 공무집행중이 아닌 범죄에 대해 여러번 한국측에 재판권 포기요청을 했고 그때마다 한국은 호의적 고려를 했다. 그러나 한국 법무부가 미군에게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한 적은 한번도 없다. 대책위는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측이 이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법무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변 조사단은 사고현장 상황과 관련, ‘사고지점은 오르막 차로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약 35m 지점으로서 운전자의 시야가 좁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 곳은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정상적 인도가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을 운행하는 대형차량은 보행자가 있을 경우 중앙선을 넘어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미군은 대규모 훈련을 위해 사고차량 진행방향으로 7대의 차량이 이동중이었고 맞은 편으로는 5대의 차량이 진행중이었다. 1차 편도로 된 도로에서 폭이 큰 차량들이 교행하기 위해서는 갓길을 침범하거나 중앙선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갓길에 사람이 보행할 시 사고는 예고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군측은 이날 마을 주민들에게 훈련 사실을 사전통보를 하지 않았고 결국 친구 생일잔치에 가려고 갓길을 걸어가던 여중생 두명을 깔아 죽이고 말았다.

하지만 미군측은 “어느 누구의 과실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고 있다. 미2사단 공보실장이자 대변인인 브라이언 메이커 소령은 28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조사는 종결됐고 운전병 워커 마크 병장은 영내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사고발생 6일만인 지난달 19일 미2사단은 한미군경합동조사단이 조사한 사고 경위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내용에 따르면 “차량은 규정대로 정상운행했고 차량 소음으로 무전을 듣지 못해 사고가 불가피했다”며 미군은 자신들의 과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7월 2일 의정부 경찰서가 미군에게 넘겨받아 공개한 사고진술서를 보면 운전병 워커 마크 병장은 “사고 당시 중대장, 지휘부와 무전교신을 하느라 선임탑승자의 무전교신을 듣지 못했고 선임탑승자가 멈추라고 고함지르는 것을 들었을 때 차량 오른쪽 바로 앞에 빨간셔츠를 입은 소녀를 보았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운전병의 과실을 드러내고 있다.

장갑차는 소음이 심하고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반드시 운전자와 선임탑승자 간에 헬멧에 장치된 무전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사고 당시 미군측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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