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천주교의 여성평등을 위해 애쓰는 한 신부가 천주교 신문과 본지를 위해 보낸 특별기고를 본지 지면사정에 따라 다소 줄인 것이다.<편집자 주>

얼마 전 우리 교구 시노드회의 중에 수도자 분과에서 낸 의안을 심의하는데 본당 신부와 수녀 관계를 사목의 동반자 관계로 표현한 대목에서 찬반 논란이 있었습니다. 신학교의 모 교수 신부님이 일어서서 이 표현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한 본당의 사목자는 오로지 본당 신부 하나 뿐이다. 따라서 수녀는 신부의 사목활동의 대상일 뿐 동반자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주교와 신부는 목자이고 그 나머지는 모두 양이라? 목자는 오직 예수님 한 분 뿐이고 우리 모두는 그저 양들일 뿐인데. 그래서 말씀인데 수녀님들이 공부를 좀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여성학과 여성신학을 수련시기에 필수 과목으로 하고 전공하는 분도 여럿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지금 우리 한국 교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여성과 관련된 학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교회 안에는 남성보다 여성신자가 훨씬 많고 이미 전세계적으로도 여성의 잠재적 능력이나 지도력이 다방면에서 인정되고 요구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신부들이 생각을 바꿔야지 수녀들만 공부시켜 되겠느냐고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수녀님들이 공부하시면 지금 본당에서 활동하는 여성 신자들은 물론 본당 신부의 가부장적(성직자 중심적) 사고도 어느 정도 고칠 수 있다고 봅니다.

전 본당에서 언젠가 여성 구역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인천여성의전화 교육팀을 초청했습니다. 그들의 교육 내용과 방법이 얼마나 좋았던지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에도 교육팀이 우리 신자가 아니라는 아쉬움 때문에 다음 번엔 천주교 여성공동체 교육팀을 불렀지요. 그랬다가 우리는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 면에서 천여공은 여성의전화에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이게 다 누구 탓이냐? 그동안 여성들을 키우지 않고 소외시켜 온 우리 교회 탓입니다. 우선 먼저 교회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성직자(남성)들의 탓이고 두번째로는 겸손과 순명으로 위장된 대다수의 평신도와 수도자(여성)들의 탓입니다.

기왕에 여성 문제를 꺼냈으니 한 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지난해에 몇 명의 천주교 일행이 평양에 다녀왔지 않습니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안내원들과 우리는 특별한 예의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보기에 그들과 구면인 박 신부님을 제외한 우리 남자들과 북측 남자 안내원들은 한 주일이 지나 떠날 때까지도 뭔가 좀 서먹서먹한 관계를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었지요. 그런데 두 분의 수녀님들과 수산나라는 여성 안내원은 만난 지 이틀짼가부터 벌써 팔짱을 끼고 쪽지에 가사를 적어 함께 노래를 부르고 귓속말로 소곤거리며 오래 된 친구처럼 붙어 다니셨습니다. 안내원 뿐 아니라 우리가 만난 유아원과 탁아소의 여성 책임자들, 관광 안내원들까지 모두가 다 그랬습니다.

그걸 보고 아, 통일 운동은 남성보다 여성이 앞장서야 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남자들끼리는 처음 만나면 술도 마시고 목욕도 함께 하면서 친하려 애써도 그게 쉽지 않은데 여성은 차 한잔 놓고도 쉽게 친해집니다. 여성은 본성적으로 남성보다 훨씬 더 친화력이 강한가 봅니다. 그렇다면 남과 북의 이질성을 쉽게 극복하고 더 가까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입니다.

여성의 힘은 대단합니다. 그것을 남성이 인정해 주지 않고 여성이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통일운동에 여성이 힘을 모으도록 맨 앞에서 팔 걷어붙이고 독려하는 데 딱 어울리는 분들이 바로 수녀님들입니다. 그래서 수녀님들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호인수 덕적도 성당 신부/김포여성민우회 후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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