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1. 준비운동 - 내 몸에 이름 붙이기

2. 습관, 중독의 덫 부수기

3. 여성 창조의 원천, 자궁 그리고 성

4. 운동과 놀이로 모두 태워버려라

*5. 몸과 마음의 질병과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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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얘기를 해야겠다. 6년 전 결혼을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한 기업의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일이 많아 고됐다. 그런 와중에 해야 했던 결혼준비는 사람을 이래저래 피곤하게 만들었다. 양가의 어른들은 ‘반드시 준비해야만 한다는’ 것들을 주문했으며 이쪽저쪽 눈치보며 이런 것들을 해나가는 데에 여간 큰 에너지가 드는 게 아니었다.

더욱이 무슨 욕심인지 야간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졸업학기가 되어 종합시험이다 논문 제출이다 해서 정말 숨조차 쉬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몸이 물먹은 스폰지처럼 무거웠지만 힘이 들 때마다 “딱 석달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몸을 쉬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부터 몸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우선 콘텍트 렌즈를 낄 때마다 눈이 전에 없이 아팠고 기침을 시작하더니 점점 심해지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약 먹고 조금 있으면 낫겠지”란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건 약을 먹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도 도무지 나아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뒤늦게 큰 병원으로 갔는데 MRI 등 각종 검사를 거친 뒤에 “기관지 확장증인지 페렴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폐에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하다”는 진단과 함께 엄청난 양의 항생제가 돌아왔다. 약을 먹으니 몸이 조금은 호전된 듯 했지만 절대안정이라는 주문을 무시한 터라 몸은 계속 아팠고 결국 결혼식 이후 응급실로 실려가 한달 동안이나 입원하게 됐다. 이후 폐결핵이라는 진단을 받은 나는 9개월간 매일 아침마다 한움큼의 약을 먹어야 했다.

지금 그때의 상황을 돌이켜 생각하면 나는 꼭 병을 앓을 상황이었다. 운이 없어서 걸리지 않아도 될 것을 앓았던 것이 아니라 그전까지의 내 생활, 감정 등이 병을 불러들였던 거다.

사실 그렇게 크게 아프기 전에 내 몸은 그전까지 쭉 해왔던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거부반응부터 시작해서 줄곧 메시지를 줬다. 그러나 ‘잘 무장된’ 정신으로 얼마든지 몸을 ‘찍어누를 수 있다’는 폭력적 생각이 그런 메시지를 무자비하게 지워버린 거였다. 사실 그전까지 받았던 교육으로는 정신으로 몸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나약한 일이었기 때문에 몸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니 몸이 메시지를 준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거다.

물론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기 때문에 마음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만 이때는 몸을 마음처럼 배려하고 또 그렇게 커뮤니케이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질병은 아주 잘됐다 싶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내 삶에 아주 유익한 경험이 됐다. 병을 핑계로 쉬게 되면서 그동안의 삶의 방식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가슴 속의 상처와 열등감, 분노, 나쁜 습관 등이 뼈 속 깊숙이 들어앉아 있다가 몸으로 드러날 최적의 조건을 맞은 것이 병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그것들을 햇빛 아래로 꺼냈다. 그것들을 스스로 풀어낼 힘이 없다 해도 그런 감정들은 인식하고 밖으로 꺼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그때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몸을 치유해야 한다는 소박한 진리를 온몸으로 알았다.

사람들은 보통 병이 나면 병원으로 달려가거나 약국으로 가서 해결하려 한다. 처음 본 의사에게 몸을 전적으로 맡기면서 약먹고 주사맞으면 ‘다스려지는 것’이 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담당의사를 신뢰해야 하고 필요한 때에 적정량의 약이 필요하지만 병이 약만으로 다스려진다는 기계적인 사고는 몸을 철저하게 소외시키는 지름길이다.

사실 의사만 믿지 말자라는 말은 아주 위험한 얘기가 될 수 있다. 의사는 그 분야의 전문가이고 병을 컨트롤하는 지혜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 핫라인을 설치하고 그 커뮤니케이션 줄을 잘 닦아놓으면 매 상황마다 몸이 어떨지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병은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참! 몸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라는 것이 자칫 ‘바른생활 여성’으로 살라는 아주 규범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술을 진탕 퍼마실 상황이라서 술을 마셔야 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마시고 속 답답한 일이 있어 줄담배를 피웠더라도 죄책감 같은 건 갖지 말고 즐겁게 하라는 거다.

“몸아! 지금 내가 이러고 싶은 거 이해하지. 조금 강하게 참아줘”하면서.

<끝>

지은주/ 몸살림을 실천중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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