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포럼·기념학술대회 잇달아 항쟁 기간 여성 역할 재조명

5·18 광주 민중항쟁 22돌을 맞은 광주에서 드디어 항쟁 당시 여성의 역할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했다. 이런 광주에서의 움직임은 중심에 섰던 여성들조차 기록에서는 늘 주변부에 머물러왔던 역사의 관행적 서술 방식을 바꾸고 역사를 새롭게 쓰기 시작한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올해 광주YWCA는 오월 포럼의 주제로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 본 5·18 광주 민중항쟁’을, 15~17일 전남대에서 열린 전남대 여성연구소와 5.18연구소의 합동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주제로 ‘5·18 여성 역할 재조명’을 각각 선정, 항쟁 당시 시민공동체의 중심에 있었으나 이제까지 제대로 평가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여성들의 활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여성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데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아울러 두 행사에서는 5·18 평가의 남은 작업 중 여성들의 역할 재조명과 발굴이 더욱 신중하고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오월 포럼에서 목포가톨릭대 사회학과 안진 교수는 “광주항쟁의 역사를 얘기할 때 항쟁의

핵심 현장인 도청과 광주YWCA(구 대의동회관) 중 도청만 부각시키고 여성들(송백회등)이 다양하게 모여 항쟁의 한 가운데에서 무차별 탄압을 알리며 희생한 것은 늘 주변적이고 하찮은 것으로 제외시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의 접근은 주변화된 여성의 역할을 재조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5월 항쟁이라는 전체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재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남성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양성의 참여가 균형있게 반영되는 새로운 역사쓰기가 될 것이라고 안 교수는 말했다. 여성의 관점에서 역사를 쓴다는 것은 기존 역사에서 간과돼버린 ‘여성의 역사’를 쓰는 것이며 역사의 젠더화를 말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 교수는 여성주의 시각으로 밝혀 내야할 5월 항쟁의 역사적 발굴은 여성들에게 항쟁의 경험을 ‘묻는’방식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을 주체적으로 말하는 것을 ‘듣는’방식에 의해 ‘기억의 부활’로 조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5·18 국제학술대회에서 강현아 교수(전남대 5·18 연구소 상임연구원)는 ‘5.18과 여성주체의 경험: 저항과 배제’라는 논문을 발표해 5·18 민중항쟁에서 저항주체로서의 여성들의 경험과 공식적인 정치적 조직으로부터의 소외과정을 밝혔다. 강교수는 이어 이제까지 5·18 안에서 타자로 인식됐던 여성들이 사실상 주체였다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강교수는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5·18 민중항쟁에서 여성들은 항쟁의 핵심에 있었고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저항을 했다. 민중을 선동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일은 분명 여성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계엄군의 퇴각과 함께 초기에 피신했던 남성활동가들이 등장하면서 여성들은 정치적 혹은 조직적 영역에서 배제돼 공식적 지도부가 항쟁을 주도하게 됐을 때의 여성들은 여성적 역할을 담당하면서 주변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조지 카치아피카스(미국 웬트워스대, 뉴 폴리티컬 사이언스 편집장, 전남대 사회학과 교환교수 역임)교수 역시 ‘비교관점에서 본 민주화운동과 여성’이라는 기조발표에서 “광주항쟁의 모든 면에서 여성들의 영웅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 즉 음식을 만들고 헌혈과 모금한 돈을 관리하며 부상자를 돌보는 임무에 국한시켰다”고 지적했다.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사실 항쟁이 발발했을 당시 여성들은 현장에서 매일 집회를 여는 핵심세력이었으며 몇몇의 여성들은 소총을 운반하고 화염병 제작에도 참여했고 일부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은 나주에서 소총과 탄약을 획득해 광주로 되돌아왔다”고 여성 활약상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내린 가부장적 관계에 의해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여성이 차지했던 역할에 대해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오월포럼과 국제학술대회엔 5·18 관련 가족 및 회원들과 일본 스위스 인도네시아 독일 멕시코 등 세계각지의 인권학자 및 국내 여성운동가들이 대거 참석해 국내외 민주화 운동에서 여성의 역할과 활동을 재조명하기 위한 방향도 집중 논의했다.

<강정임 광주 지사장 / 강문진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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