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노동자 위한 ‘깨끗한 옷 캠페인’

나이키, 리복, 푸마와 같은 국제 스포츠웨어 기업의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노동착취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에 대항하는 국제적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중 하나가 1989년 처음 네덜란드에서 발기해 지금은 유럽 10개국에 250개의 조직을 가지고 있는 ‘깨끗한 옷 캠페인 (Clean-Clothes-Campaign: CCC)’이다. 여기서 조사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게보르그 빅 씨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항의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이 CCC의 입장을 밝혔다.

“불매운동은 올바른 방식이 아닙니다. 제3세계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CCC는 노동조건이 취약한 나라만을 찾아 떠도는 다국적 기업에 맞서 노동자와 시민단체의 연대도 세계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CCC는 현재 다국적 기업들이 외국에 투자할 때 지켜야 할 행동강령을 만들었다. 이 강령은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권 보장, 아동노동 금지, 주 60시간 이하 근무(12시간 잔업 포함), 생계를 보장하는 임금지불 등을 포함하고 있다. CCC는 현지 노조 대표가 참여하는 감시기구를 마련해 다국적 기업과 하청 기업이 행동강령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고자 한다.

문제는 행동강령에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참여할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CCC 대표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스포츠 운동화 가격 중 30%는 광고비입니다. 노동자의 임금은 소비자 가격의 1∼5%에 지나지 않습니다. 즉, 기업들은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광고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꾼 기업 이미지가 손상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마 이보다 더 큰 손실이 없을 것입니다. 이를 이용하는 거지요. 항의 메일을 기업에 보내 소비자들이 품질뿐 아니라 이 상품을 어떤 노동조건 아래에서 생산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이런 소비자들의 노력은 실제로 많은 결실을 이루어내고 있다.

CCC가 활동을 개시하던 1980년대 다국적 기업들은 노동착취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하청업체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입장을 바꿔 하나둘씩 협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중에 적지 않은 기업이 행동강령에 서명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노동착취나 인권유린이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깨어있는 소비자의 의식이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는 여성노동자들과 연대한다면 도달하기 어려워 보이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회의 참석자들의 전반적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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