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햇살은 눈부신데 달력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행사가 많아 그 어느 때보다 아줌마들의 마음은 분주하다. 모든 것이 새로 나고 물이 올라 싱싱한 계절에 바쁜 일상에서 훌쩍 떠나보고 싶은 유혹은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가슴 한쪽에 묻어두고 있는 바람인지도 모른다. 막상 떠나려 해도 쉬 떠나지지 않는 일상의 틀을 벗고 아주 가볍게 떠날 수는 없을까.

가까운 곳이라면 그리고 크게 경비가 소요되지 않는다면 한번쯤 마음 먹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거기에 가서 어떤 것이든 가슴을 채워줄 의미를 함께 담아올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친구나 가족과 아니면 남편과 큰 준비없이 아침을 먹고 나서서 하루해가 질 때까지 잠시 떠나보자. 우리의 오랜 맛과 정서가 깃든 제철의 ‘젓갈’이 나고 만들어지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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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나리의 고장 안면도

작은 어촌과 해발 50∼60미터의 야산과 논밭이 어우러진 해변의 정취가 그만인 안면도로 가보자. 특히 음악회를 비롯한 각종 공연과 플라워 연날리기 등 다양한 이벤트로 채워진 2002년 국제 꽃박람회(4.25∼5.19)가 개최 중이라 더욱 볼거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인 안면도.

본래는 섬이 아니라 태안반도 끝에 뾰족하게 붙은 ‘곶’이었다가 조선조 들어 전라와 충청에서 거둬들인 곡식을 천수만에서 한양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지금의 태안과 안면도 사이 육교가 놓인 지점에 운하를 만들면서 섬이 됐다.

왜목 마을의 독특한 서해 일출과 더불어 서해안 3대 낙조의 하나라는 장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수덕사, 추사 김정희 고택, 만해 한용운과 백야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있고 우리나라 토종의 붉은 소나무 ‘안면송’을 비롯, 200여 종의 중부해안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들로 둘러싸인 안면도 자연휴양림 등의 볼거리도 넉넉하다.

안면도 특유의 까나리 맛

까나리는 우리나라 바다의 3면 연안 모두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이다. 수온이 섭씨 15도 이상 되면 모래 속에 들어가 여름잠을 자는 습성이 있으므로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장은 자연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런 까닭에 안면도 앞바다는 5월초에서 6월 사이에 최대 성어기를 이룬다.

1년 미만의 10cm 내외인 작은 까나리만을 잡아 선별, 세척해 소금과 1:1 비율로 만드는 안면도 까나리액젓 맛의 비밀은 몸체가 작은 것으로 담아 담백하고 내장의 쓴 맛이 배어나지 않으며 어떤 조미료도 첨가하지 않는 데 있다.

간혹 까나리액젓에서 비린내나 역한 냄새가 나는 경우는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해하면 된다. 갓 잡은 신선한 까나리를 알맞은 비율의 소금과 고르게 잘 섞어 담근 뒤 숙성고에서 1년6개월에서 1년8개월 정도 발효시켜야 제대로 된 까나리액젓 맛을 내기 때문이다. 잘 숙성돼 까나리가 다 위로 뜰 때 잘 걸러낸 것이 바로 까나리액젓이므로 살 때는 충분히 숙성된 것을 잘 봐서 사야 바로 먹을 수가 있다.

*가는 길

서울 강남터미널, 남부터미널, 동서울에서 하루 몇차례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이외 더 자세한 정보는 <안면도 민박여행정보 http://www.sky-love.co.kr/>에 들어가면 자세하게 볼 수 있다.)

강화도의 별미 밴댕이젓

한국에서 5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를 비롯해 크고 작은 1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강화도. 보문사, 전등사를 비롯한 사찰과 아름다운 섬마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강화도만의 외고집으로 지켜온 ‘새우젓’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거기에 예부터 유명한 강화의 화문석과 다양한 역사현장들도 둘러볼 수 있어 하루 볼거리로는 넘쳐나는 곳. 강화대교로 이어져 육로로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강화의 또 다른 맛의 원천인 ‘밴댕이젓’을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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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가 익을 때면 한창인 밴댕이

밴댕이는 인천이나 강화 지역 사람들이 옛날부터 즐기던 어종으로 제철에 나는 싱싱한 밴댕이는 회로 먹어도 일품이지만 젓갈을 만들기도 한다. 아직 시중에 대대적으로 유통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서울에 밴댕이회 전문점이 생길 정도로 서울 사람들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밴댕이로 담근 젓갈의 맛을 아는 이라면 5월에 강화도로 한번쯤 가볼 일이다.

밴댕이는 청어과의 고기로 길이가 5∼10cm 정도이며 살이 많을 때인 봄철(3,4월)에 내장을 빼내고 손질해서 담는다. 남도지방과 평안도지방에서 멸치젓 대신으로도 많이 이용되며 밥반찬으로 먹을 땐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먹거나 그대로 밥에 얹어 먹기도 한다. 보리가 누렇게 익을 때쯤, 그러니까 5월말에서 6월 중순경까지는 밴댕이회가 제철을 맞는 때이므로 밴댕이젓을 구할 수도 있고 갓 잡은 밴댕이회로 거나한 한 끼의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가는 길

*

라이프앤지오:강화도를 포함한 경기도, 서울의 가장 빠른 길안내를 실시간 제공

*시외버스:시외버스로 신촌, 영등포, 김포공항, 인천, 부평, 부천에서 강화 가기

*군내버스:강화군내를 운행하는 버스, 전적지 순환 셔틀버스 운행 안내

*여객선:여객선 운항 정보

*자전거 하이킹:자전거를 이용한 강화 여행

(기타 자세한 사항은 강화도-역사 문화의 고장 http://ganghwado.com/index.html/에 들어가면 찾아볼 수 있다.)

강경 젓갈마을

평양, 대구와 더불어 전국 3대 시장의 하나로 1930년대 최대의 성시를 이룬 강경. 내륙 깊숙이 위치했으면서도 금강 하구와 가까워 해상과 육상교통의 요충지로 각종 수산물의 거래가 왕성했으며 특히 강경의 젓갈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 각처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북적거렸던 곳이다. 지금도 여전히 전국 최대의 젓갈시장이 자리하고 있고 여전히 ‘젓갈 중의 젓갈’이란 명성에 걸맞는 맛깔스러운 젓갈이 저렴한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강경 젓갈시장은 7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열리나 김장철 직전에 성시를 이루며 전국 각지에서 도소매 업자는 물론 주부들에 이르기까지 하루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이곳 강경 ‘젓갈마을’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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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적기인 젓갈들

국내 최대의 젓갈시장인 강경에서는 조기젓, 멸치젓, 준치젓, 소라젓 등을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전통의 방법대로 숙성시킨 것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잘 숙성되고 맛있는 젓갈일까? 멸치젓의 경우는 불그스레하게 삭은 것으로 구수한 냄새가 나고 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 삭아 비린내가 나지 않아야 한다. 달착지근한 맛을 내고 거무스름한 색이 나면서도 붉은 빛이 도는 것이 좋다. 액젓 역시 빨갛고 구수한 향이 나는 것이 최상품이다.

정어리젓은 색깔이 적갈색으로 특유의 구수한 냄새를 내며 구수한 뒷맛이 일품이다. 또 조기젓은 젓국이 맑고 표면이 약간 누런 빛이 도는 은빛을 띠는 것이 좋다. 이렇게 젓갈을 구입할 때는 맛을 보고 구입하는데, 너무 짜지 않고 재료가 물러지거나 흐물거리지 않고 싱싱한 느낌이 드는 것을 택해야 한다.

* 가는 길

위치: 충남 논산시 강경읍

열차: 호남선 강경역에서 하차

서울역(호남선) → 논산(06:05∼23:05 50분 간격. 2시간 30분 소요)

관광열차운행: 서울 ↔ 강경

버스: 서울강남터미널 → 논산(06:00∼19:50 50분 간격. 2시간 40분 소요)

서대전 I.C(국도 1호) → 강경

연무 I.C(지방도 68호) → 강경

국도-전국의 국도 및 지방도가 23번 국도와 쉽게 연결되어 대전에서 40분 거리

이 외에 한창 꽃게 철을 맞아 이미 사라진 협궤열차의 꿈을 찾으며 소래포구로 가는 것도 좋을 듯. 또 다른 서해낙조를 볼 수 있는 서산의 간월암도 둘러보고 이곳 명물인 어리굴젓의 참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릇 사람의 먹거리란 제가 나고 자란 곳의 것을 취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 그러므로 여행을 떠나기 앞서 기어이 젓갈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말고 우리 주요한 먹거리가 나고 익는 고장의 산과 바다를 둘러보고 그곳의 공기와 사람살이를 돌아보는 명실상부한 우리 먹거리의 참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혼자라도 좋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라면 더 맛날 젓갈여행. 자, 그럼 한번 떠나볼까요?(^^)

양은주 줌마네 소속 자유기고가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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